[YNEWS : 대학생 기자단이 간다] 긴장감 속에서 열린 대구 퀴어문화축제

  • 손성원 대학생 장보민 대학생
  • |
  • 입력 2017-07-05   |  발행일 2017-07-05 제29면   |  수정 2017-08-10
대구 4개大 성소수자 동아리 퀴어축제 부스 운영…고충 토로
퍼레이드때 반대측과 갈등 심해
사진촬영 프레스증 있어야 허용
20170705
지난달 24일 대구 동성로 인근에서 열린 ‘제9회 대구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구 동성로는 이른 시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제9회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위해 행사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 것과 동시에, 인근에서는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대구 동성로 주변은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빼곡했다.

이날 오후 1시 축제가 시작된 후에도 긴장감은 팽팽했다. 퀴어축제와 동시에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한 ‘생명·사랑·가족’ 행사가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시작됐고, 양측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약 1천명이 동성로 곳곳에 배치됐다. 퀴어축제 행사장 주변에서도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피켓시위가 벌어졌다. 퀴어축제 집행위원회에서 피켓시위자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행사 반대 측과의 갈등은 오후 5시부터 열린 ‘자긍심의 퍼레이드’에서 극에 달했다. 행사 주최측은 성소수자들과 함께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대구백화점 앞 광장을 시작으로 반월당~삼덕파출소를 거치는 동안 1천여 명이 함께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참여한 퍼레이드에는 반대집회 참가자들 역시 함께했다. 이들은 동성애와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일렬로 행진하는 길을 따라갔다.

이날 퀴어축제에서는 대구 지역 4개 대학(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대)의 성소수자 동아리들도 부스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성소수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계명대 성소수자 동아리의 대표 이소씨(가명·24)는 “남들 시선 때문에 성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힘들다. 친구들이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모르고 동성애를 욕하는 것을 들을 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을 남·여가 아닌 ‘젠더퀴어’라고 소개한 대구대 성소수자 동아리 대표 예린씨(가명·20)는 “동성애가 폭력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심한 경우에는 성폭력을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익명으로 동아리 회원을 모집했는데, 당시 학과별 카카오톡 단체톡방에 ‘범인’을 잡으라는 이야기가 오갔다”며 “성소수자 동아리를 만드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퍼레이드로 교통과 통행에 통제가 잇따르자 행렬을 향해 욕을 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도 더러 있었다. 다행히 경찰들이 행진 대열을 따라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며 충돌을 막았다. 폴리스 라인 밖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의 야유가 이어졌으나 행진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더 환호를 보냈다.

한편 축제에서는 ‘프레스증’을 받지 않은 이의 사진촬영을 금지해 논란을 빚었다. 촬영금지는 성소수자들의 원치 않는 아우팅(outing·개인의 성정체성을 본인이 원하지 않는 대상에게 폭로) 등 인권침해와 초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사진촬영과 취재를 원하는 개인이나 언론은 신분증을 맡기고 간단한 서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프레스증 없이 촬영된 모든 사진은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인권침해감시단’을 통해 삭제 조치됐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사진을 촬영한 뒤 자리를 뜨려 하자 인권침해감시단이 삭제를 요청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글·사진=손성원 대학생기자 tommy1019@naver.com
장보민 대학생기자 kgl02033@naver.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