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실에서는 하루에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난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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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3 07:38  |  수정 2017-09-05 10:23  |  발행일 2017-07-03 제15면
20170703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아침에 출근하니 주사님께서 긴 투명 고무호스에 물을 채우고 계셨다. 급식소에서 나오는 전처리 부산물을 처리하려고 퇴비장을 만드는데 기초공사를 하려고 파 놓은 땅이 수평이 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호스의 물 높이로 맞추는 것이었다. 돈을 주고 외주를 주면 되는데도 주사님은 자기가 할 수 있는데 외주를 주면 자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하신다. 주사님은 상자텃밭도 25개나 이렇게 만드셨다. 이런 노력 덕분에 나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어제 찍어둔 옥수수, 봉숭아, 도라지, 석류, 수박, 오이, 참외 사진을 반톡방에 올려서 보게 하고 관찰하게 했다. 나는 교실 창밖으로 이런 아이들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었다.

반 학부모는 아이가 물에 화상을 입었다고 교무실에 왔다. 대화를 나누다가 잘 안 풀렸는지 수업 중에 교무부장이 교실로 왔다. 물은 화상을 입을 정도가 아닌데 무슨 원인인지 확인을 못해서 해결이 안 되었던 것이다. 확인해보니 어제 아이가 점심을 먹고 뜨거운 물을 컵에 받아서 찬물과 섞으려던 찰나 옆 아이가 팔을 치면서 어깨에 튀었는데, 그 뒤에 가려워서 긁다가 덧난 모양이다. 이 정도여서 다행이고, 빨리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학교에서 지원한다고 안내했다. 덕분에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병원을 다녀왔는데 2주 치료면 된다고 한다. 작은 일이지만 학교나 부모는 긴장을 하게 되고, 긴장을 하게 되면 불필요한 다툼으로 서로 불편해진다. 문제는 항상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능력이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성적일 수가 없다. 학교는 이런 본능에 공감해 주어야 해결로 갈 수 있다. 나는 요즘 최근 일어난 휴게소 학생 보호조치 미흡을 두고 교육적인 방향으로 해결 되도록 애쓰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필요 이상으로 키워두어서 해결이 아주 복잡하고 어렵다.

국어시간에 텔레비전, 인터넷,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공부를 한다. 디지털 언어의 사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보다 사실과 허구, 착한 허구와 악의적인 허구를 구별하는 능력에 중점을 두고 공부를 했다. 미디어교육이 수업에 들어왔고 이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학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대구시의회 청소년노동조례가 경제환경위원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통과했지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되었다고 해서 본회의 영상을 보았다. 상임위 의결안은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토론도 하지 않고 본회의에서 가결하는 게 관행이라고 말해온 시의회에서 유일한 민주당 시의원이 발의했지만 야당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을 야당에서 반대를 한 것이다. 논리나 처신이 참 옹색하다.

어제 10분 수학 시험을 쳤는데, 한 아이는 23개 맞추고 칭찬을 엄청 받고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또 한 아이는 24개 맞추고 엄마한테 꾸중을 들었다고 전해 주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참 아쉬운 현실이다. 글씨를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가 이면지에 반장 효민이 이름을 가지고 노오미, 노야미, 노미미, 노똥미라고 써서는 놀렸다. 놀리는 말을 써서 그렇지만 처음으로 스스로 글을 써서 놀리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어떻게 가르치면 되려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수학 보충을 받는 다문화가정 아이가 틀린 문제를 자기 힘으로 세 번 풀어서 다 맞추었다고 의기양양하게 자랑을 하고 갔다. 웃으면 눈이 반달처럼 되는데 오늘은 더 예뻤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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