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구룡포 맛집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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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30   |  발행일 2017-06-30 제40면   |  수정 2017-06-30
살살 녹는 고래·대게·과메기…국수·찐빵도 ‘왜 이리 맛있어?’

포항 구룡포. 바다에서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다가 아홉 마리는 올라가고 한 마리가 떨어졌다는 곳이다. 고래고기, 대게, 피데기오징어, 과메기 등 먹거리가 풍부한 구룡포는 조선시대만 해도 자그마하고 조용한 어촌마을에 불과했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구룡포항이 축항된다. 풍부한 어족자원 때문에 최적·최대의 어업기지로 각광을 받았다. 1986년 포경이 금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구룡포는 울산 방어진과 함께 해체장을 갖춘 고래마을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구룡포읍과 호미곶면의 경계인 다무포 앞바다. 여기는 고래 서식지로 유명했다.

울진과 영덕이 대게의 메카처럼 군림하고 있지만 실제 유통량을 보면 구룡포가 더 활성화돼 있다. 구룡포 대게는 전국 위판량의 54%를 차지한다. 구룡포의 대게는 수심 200~400m 청정심해에서 잡은 것으로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게 특징이다.

햇미역에 배추, 김, 쪽파, 그리고 양념장을 듬뿍 찍어 한입에 싸서 넣는다.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맛의 과메기의 고향도 구룡포다. 호랑이 꼬리 부근인 호미곶. 예전에는 청어의 산란지였다. 많은 청어를 잡기는 했으나 갈무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덕장에 매달아서 말리는 것이었다.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맛도 변해갔다. 요즘은 청어가 잘 잡히지 않자 꽁치로 대신했다. 전국 오징어 어획량 20% 정도인 구룡포의 피데기오징어는 육질이 연하고 고소하다. 전국 유통량의 95%가 구룡포의 신선한 바닷바람으로 건조시킨 것이다. 구룡포에는 구릉지가 많은 편이다. 구룡포공원에서 바라보면 15.9㎞의 긴 해안선이 아름답다. 해안으로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절경을 만날 수 있다. 반달형 백사장의 구룡포 해수욕장, 용이 불을 막 내뿜는 듯한 주상절리, 조선말기까지 말을 기르던 목장의 돌 울타리 등이 있다. 말목장의 석성을 따라 걸으며 해질녘 노을을 만끽해도 좋다. 그 이후 허기진 배를 책임질 수 있는 별미식당이 구룡포 곳곳에 있다.

전국 대게 위판량 절반 구룡포서 거래
시중의 피데기오징어 95%는 구룡포産
청어 산란지로 과메기의 고향도 이곳
현지서 맛보는 7味 아귀와 12味 고래
해산물로 끓인 토박이음식 모리국수
海風에 말린 국수·분식집 찐빵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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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강수산

▶진강수산 (구룡포읍 구룡포길 55-1)

구룡포 인근 연해의 자연산 회만 낸다. 물회, 아귀요리, 모둠회 등. 뭘 먹어도 살이 통통한 홍게를 사람 수만큼 한 마리씩 덤으로 낸다. 구룡포 장터 사람들에겐 싸고 푸짐하게 내는 횟집으로 소문이 났다. 과메기 덕장을 직접 운영하는 한편 중매인 자격으로 구룡포와 양포수협을 통해 고기를 직거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귀수육이나 아귀찜을 시키면 아귀 한 마리가 나온다. 포들포들한 아귀의 살점, 쫄깃쫄깃한 껍질, 입속에서 그대로 녹아내리는 애(간), 질긴 듯하면서 쫄깃한 지느러미, 뼈째 발라먹는 볼테기살 등 ‘일어칠미(一魚七味)’를 맛볼 수 있다. (054)276-6262

▶모모식당 (구룡포읍 호미로 245-31)

고래고기 중 고급어종인 밍크고래만 취급하는 고래 전문식당이다. 고래고기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뱃살이다. 살짝 얼려 먹어야 제맛이 나는 고래 가슴살인 배폭살(우네)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꼬리와 지느러미 부위를 6개월~1년 소금에 절인 꼬리살(오베기)은 차돌박이 맛이 난다. 마지막 마무리는 갈비살에 콩나물, 무, 된장 등을 넣고 끓인 뒤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춰 먹는 고래찌개가 입맛을 돋운다. 12가지 맛이 난다는 고래, 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고래잡이를 금지하면서 무척 귀한 고기가 됐다. (054)276-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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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꾸네 모리국수

▶까꾸네 모리국수 (구룡포읍 호미로 239-13)

항상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구룡포식 국수전문점이다. 구룡포 토박이음식인 ‘모리국수’ 한 가지만 낸다.

싱싱한 생선과 각종 해산물을 ‘모디(‘모아’의 경상도 사투리)’ 넣고 여러 사람이 냄비째로 모디 먹었다고 해서 처음에는 ‘모디국수’라 불렀다가 후에 모리국수가 된다. 싱싱한 아귀와 아귀 내장, 바다메기, 대게와 미더덕, 콩나물, 마늘양념장 등 그날 마련된 각종 어패류를 갖고 국수를 끓인다. 약간 굵은 국수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해장국이다. 포인트는 좋은 고춧가루를 왕창 넣는 것이다. 푸짐한 해산물은 물론 걸쭉한 국물 맛이 색다르다. 이 국수는 이 지역 뱃사람의 해장국이었다. 이 국물로 전날 밤 숙취를 모두 날렸다.

구룡포에 많은 모리국수집이 있지만 다른 집과는 맛의 차이가 확연하다. 50년 넘는 내력의 이옥순 할머니가 대충대충 삶아내는 것 같아도 깊은 손맛이 전해지는 곳이다. (054)276-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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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명가

▶해풍명가 (구룡포읍 눌태길24번길 11)

집 입구 양쪽으로 장독이 한가득이다. 전통장 체험실도 있다. 된장·간장·고추장·빡빡장·청국장 등을 직접 만든다. 메뉴라인이 동네 분위기를 살짝 비켜난다. 바지락칼국수, 추어탕, 은콩국수, 감자전, 파전 등이다. 모든 음식에 스며든 간은 꽤 슴슴한 편이다. 바지락칼국수를 시키면 나오는 데친 깻잎에 빡빡장으로 싸먹는 쌈밥 맛이 별미인 집이다. (054)276-9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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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할매국수

▶소문난할매국수 (구룡포읍 구룡포길 60-4)

국수를 말릴 때 반드시 해풍을 이용한다. 강제로 단시간에 말리는 국수가 아니다. 최소한 이틀, 길게는 사나흘 말린 국수다. 그것도 태양과 바람이 도와줄 때만 가능하다.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소금 농도도 달라진다. 물론 반죽에 들어가는 물의 양과 국수 두께까지 다르게 만든다. 해풍으로 건조한 덕분에 국수를 요리해 놓으면 쉽게 퍼지지 않고 탱탱하다. 메뉴는 단출하다. 희끄무레한 면발의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만 있다. 멸치로 진하게 우려낸 맛국물. 삶은 부추, 깨소금에 뭉텅뭉텅 썬 파가 들어간 양념장이 전부다. 첫맛은 밍밍하다. 그러나 먹다 보면 구수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 후루룩 한 그릇비울 동안 면이 퍼지질 않는다. (054)284-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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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복식당

▶함흥복식당 (구룡포읍 호미로 237)

구룡포항으로 들어오는 밀복으로 요리한다. 한가한 어촌의 맛이 아니다. 깔끔한 도시의 맛이다. 60년이 넘는 역사, 2대째 맛을 낸다. 무, 콩나물, 미나리 등을 넣고 이 집만의 비법이 담긴 양념장으로 끓인다. 콩나물국처럼 시원하다. 복어살도 제법 넉넉하다. 생선구이 등 곁반찬은 간결하지만 젓가락이 자주 가는 것들이다. 함흥식 가자미식해는 이 집만의 전통이 내려앉은 독특한 맛이다. 튀김옷이 얇으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복어튀김과 쫀득한 복껍질무침도 찾는 이들이 많다. (054)276-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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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규분식

▶철규분식 (구룡포읍 구룡포리 964-4)

구룡포에서 가장 유명한 옛날식 찐빵과 단팥죽 전문 분식점이다. 구룡포초등 앞에서 반세기를 넘긴 해묵은 명소. 이 집 찐빵은 효모(이스트)를 넣지 않은 시골찐빵이다. 부풀지가 않아 다른 동네 찐빵보다 크기가 작다. 여간 먹어도 목이 메지 않고 질리지도 않는다. 팥소는 텁텁한 맛이 없는 달달하고 순한 맛이다. 적당한 찰기와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잔치국수나 단팥죽을 곁들이면 찐빵 맛은 배가된다. (054)276-3215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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