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공무원 늘리기, 청년일자리창출 정답 아니다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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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8   |  발행일 2017-06-28 제30면   |  수정 2017-06-28
누워서 자라는 콩나물도 있는
공무원사회는 시스템 잘못 탓
새 정부도 공무원 추가 채용이
정답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어
국가미래 위한 정책 수립해야
[동대구로에서] 공무원 늘리기, 청년일자리창출 정답 아니다

“지지하는 것과 공약을 비판하는 것은 서로 다른 거라고 봐요. 저는 문재인이 되길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1만2천명 추가 채용’ 공약만큼은 잘못되었다고 봐요. 제주시 우당도서관에서 중학생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미리 공무원 준비해서 20세에 돈벌자.’ 충격받았어요. 한창 꿈을 꾸고, 20대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보다가 망가져보기도 하는 젊음의 패기가 없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공무원 1만2천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발표하자, 그의 지지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올해 하반기 추경을 통해 1만2천명의 공무원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공식 발표를 통해 소방과 경찰·교육·사회복지부문의 공무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과로사한 사회복지공무원이나 한순간도 편히 쉴 수 없는 소방공무원의 이야기에는 누구나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력이 부족하다기보다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다. 공무원들끼리도 흔히 하는 “콩나물 시루에서도 누워서 자라는 콩나물이 있고 서서 자라는 콩나물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들도 ‘개미 공무원’과 ‘베짱이 공무원’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일반인들도 자주 느낀다.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한 한 지인의 말도 그렇다. 그는 “도대체 주민자치센터 공무원은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커다란 사무실에 10여 명이 앉아서 잡담이나 나누고, 민원인이 들어갔는데도 쳐다보는 사람도 없어서 ‘여보세요’라고 불렀더니 그제야 다가오더라”고 말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가 공무원을 선택하는 사회가 과연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현격한 임금차이와 복지수준, 대기업의 짧은 수명,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창업 등의 불안함이 선택의 폭을 공무원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고작 내세우는 정책이 공무원 정원 늘리기다. 새 정부가 비판하던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김진표 위원장은 공무원 추가채용에 대해 발표하면서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동력을 개발하고 창업을 활성화시키는 등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에는 적어도 3년, 길게 보면 5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런데 덧붙인 “과거 정부를 보면 공약을 해놓고 첫해부터 성과가 피부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말뿐인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말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공무원 추가채용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새 정부도 알고 있다. 정답을 얻기 위해서는 3년에서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말뿐인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눈에 보이는 것’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말했듯이 사실상 필요한 일자리는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젊은이들이 보다 진취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그걸 모르지 않는 새 정부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멀리 보기보다 일단 박수를 받겠다는 근시안적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심히 걱정스럽다.

“공무원 1만2천명 더 뽑는다는데 하던 것 때려치우고 공무원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다니던 직장마저도 사표를 내고 ‘공시족’으로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부추기는 새 정부가 과연 젊은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다.전 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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