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본이 왜곡…흑백에 담은 군함도의 ‘불편한 사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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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8   |  발행일 2017-06-28 제22면   |  수정 2017-06-28
‘유러피언 포토그래피 선정’ 이용환 작가, 고향 대구서 개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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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19㎞ 떨어진 하시마라는 작은 섬이다.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로 불린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최초의 아파트가 건립된 섬이기도 하다. 군함도는 일본이 자랑하는 유산이지만, 한국에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수많은 조선인이 중국인들과 함께 일본에 강제 징용을 당해 군함도로 보내졌다. 현 일본 총리인 아베의 조부가 조선인 징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선인 수백 명이 지옥 같은 군함도에서 목숨을 잃었다.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유네스코는 한국·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일본 측에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안내판 등을 군함도에 세우라고 권고했다. 기한은 오는 12월1일까지다. 현재 일본 측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제 조선인 징용 분노의 현장
풍경이 갖는 다의적 의미 전달
사유의 공간 확보위해 色 제거



군함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군함도 진실 알리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일제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삶을 그린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다음 달 개봉된다.

대구에선 사진전이 열린다.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용환 작가가 30일부터 대구 방천시장에 위치한 예술상회 토마에서 ‘역사 이후의 풍경 군함도’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갖는다.

작가는 일본의 사진작가와 함께 군함도를 찾았다가 아픈 역사와 마주쳤다. 작가는 “군함도는 2009년 관광지로 개방됐다. 군함도를 다녀온 뒤 깜짝 놀라 온갖 자료를 찾았고, 2013년 군함도를 다시 찾아 사진을 제작했다. 현재의 정치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낸 불편한 사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고 밝혔다.

‘역사 이후의 풍경’이라는 제목을 붙인 데 대해 작가는 “풍경이 가지는 다의적인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 풍경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보도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감상자가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군함도의 의미가 ‘슬픔’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친 부모님 때문이다. 사진을 제작하면서 부모님의 아픔이 전달됐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색을 제거해 흑백사진으로 만들었다. 형태에 집중해 의미의 풍부화를 담보하려는 장치다. 작가는 “컬러의 경우 지시대상이 너무 명확하다. 사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흑백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대구 대건고 출신의 작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 독일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유럽 최고 권위의 잡지인 ‘유러피언 포토그래피’ 100호 기념, 세계 100장의 사진작품의 작가로도 선정됐다. 2010년 대구사진비엔날레 감독도 역임했다. 대구에서의 개인전은 처음이다. 작가는 “사진은 추억의 성격도 갖고 있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추억으로 개인전을 열게 됐다”고 했다. 7월9일까지. 010-8244-8155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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