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된 ‘동네사람들’…장롱 속에서 꺼낸 꿈 실현

  • 글·사진=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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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8   |  발행일 2017-06-28 제12면   |  수정 2017-06-28
아마추어 9인이 뭉친 마을극단
북구 어울아트센터서 ‘빨래’ 공연
연극배우 된 ‘동네사람들’…장롱 속에서 꺼낸 꿈 실현
공연을 마친 후 배우와 스태프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연의 묘미를 제대로 맛봤습니다. 맡은 캐릭터에 몰입해 관객과 실시간으로 호흡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온몸으로 직접 전달한다는 게 이렇게 강렬한 느낌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마을극단 ‘동네사람들’이 최근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서 뮤지컬 ‘빨래’를 창단기념 공연으로 올렸다. ‘동네사람들’은 지난해 9월 주민들이 창단한 아마추어 극단이다. 최수환 단장을 포함해 단원은 9명. 설계사·사회복지사·옷가게 사장 등 다양한 직업군이 똘똘 뭉쳤다. ‘빨래’는 서울 달동네 서민의 이야기를 빨래를 통해 노래한 창작 뮤지컬이다. ‘도도 연극과 교육연구소’ 이현순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최 단장이 무대장치를 직접 설치했다. 대본은 단원들이 함께 각색했다.

주인공인 서나영 역과 솔롱고 역은 김지은(32·사회복지사)·노광화씨(39·가수)가 각각 맡았다. 할매 역은 박세영(44·설계사), 희정 엄마 역은 최윤희(39·옷가게), 버스기사 역은 박경숙(49·설계사), 서점 주인 빵 역은 박경훈(45·식자재유통업), 빵 아들 역은 이충희(39·사회복지사), 마이클과 구씨 역은 우승우씨(47)가 맡았다.

단원들은 하나같이 “우린 장롱 속의 꿈을 꺼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30~40대가 꼬깃꼬깃 접어둔 어린 시절 꿈을 서툴지만 하나하나 펼쳐낸 것이다. 열정으로 소화한 지난 7개월간의 연습과정은 눈물겨웠지만 결실은 감미로웠다.

특히 할매 역의 박세영씨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박씨는 한때 여성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을 했다. 보람이나 사명감은 있었지만 뭔가 허전했고 충족되지 않았다. 결국 정리하고 스스로 ‘동굴’을 만들어 집 안에만 은둔하다시피 했다. 그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조차도 싫었다. 2년을 그렇게 보낸 후 안되겠다 싶어 그림부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유화·드럼·연극·독서 등 자신을 채울 수 있는 문화예술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 일했다. 예술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박씨는 “예술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주는 위안이나 이끌어내는 힘을 알고 난 후 무시하고 살 수 없었다”며 “생업은 아니지만 그 언저리에서 대리만족이었다면 이제는 제대로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마을의 여러 인적, 물적 지원을 받으며 마을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마을극단의 위치를 잘 찾아가고 싶다. 사람과 소통하고 그 속에서 더불어 성장하고 싶다. 가능한 한 1년 1회 정기공연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동네사람들’ 단원들은 이틀간 단 200분 공연이었지만 관객과 감동을 주고받았다. 관객들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눈물이 핑 돌았다. 감동이다. 동네극단이 프로 못지않았다. 조명, 음악 등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특히 관객들은 마지막 대사가 조명이 꺼진 후에도 귓전을 맴돌았다고 했다.

“당신의 아픈 마음 꾹 짜고 탈탈 털어서 우리 같이 널어요. 바람에 빨래가 마르듯 우리 함께 말려요.”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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