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병우 탈탈 털어라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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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7   |  발행일 2017-06-27 제30면   |  수정 2017-06-27
[취재수첩] 우병우 탈탈 털어라
김상현기자<서울취재본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6일 “검찰 정기인사가 끝나면 윤석열 검사장(서울중앙지검)이 (우 전 수석을) 탈탈 털어 진실을 밝혀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지검·수원지검 부장검사를 지냈고, 박근혜 정권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물론 당은 다르지만 같은 정권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검찰 출신에 고향이 TK(대구·경북)라는 ‘교집합’을 가진 조 의원이 우 전 수석의 재수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이유는 뭘까.

조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만 따랐기 때문에 억울하다. 일만 하며 살아온 내 인생은 기사 하나로 모든 게 변했다”는 우 전 수석을 ‘무자격자’로 규정했다. 그는 검찰의 부실 수사와 우 전 수석의 증거인멸을 의심했다.

앞서 지난해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126일간 수사를 했지만 기소 실적은 ‘제로’였다. 특히 ‘압수수색’에서 우 전 수석 주거지는 빠졌고, 비난 여론으로 ‘늑장’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가 이미 ‘깡통’이 된 이후였다.

당시 검찰 수사의 소득은 ‘황제소환’ 논란에 정점을 찍은 ‘팔짱 낀 우병우’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과 기자를 쏘아보던 ‘레이저 눈빛’이 다였다. 결국 수사팀장 임명 당시 “나는 검사다. 수사 대상이 누구든 정도에 따를 뿐”이라고 말한 윤 전 대구고검장의 공언은 물거품이 됐고, 이달 초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돼 문책성 인사의 ‘희생양’이 되면서 스스로 검찰을 떠났다.

윤석열 검사장에 대해 얘기해보자. 세간에선 윤 검사장 임명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둔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여러 노림수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검찰의 인적 청산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풍토상 전임보다 5기나 아래인 윤 검사장 임명으로 윗기수들, 특히 ‘우병우 라인’을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둘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거미줄 재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검사장은 박영수 특검에 참여해 ‘국정농단’의 내막을 상세히 알고 있다. 제한된 수사 기간으로 특검이 배제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여유까지 생겼다.

특히 전 정권에서 벌어진 각종 적폐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 정권의 각종 적폐에는 우 전 수석이 주도한 포스코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도 포함된다. 포스코 ‘하명수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청와대에서 ‘페이퍼’ 한 장이 내려왔다”는 풍문이 무성했던 사건이다. ‘적폐 청산’을 위해 반드시 수사에 포함돼야 하는 사안이다.

윤 검사장은 ‘탈탈 터는’ 재수사로 “잘못된 언론 보도로 한순간에 온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됐다”고 항변하는 우 전 수석의 ‘억울함’을 차라리 풀어주길 바란다. 김상현기자<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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