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강해져야 지방대학도 산다

  • 노진실
  • |
  • 입력 2017-06-27 07:13  |  수정 2017-06-27 07:13  |  발행일 2017-06-27 제1면
[지방분권 개헌 시리즈]
대학 소재지 따라 서열 결정
‘지방대생=패배자’ 비하까지
끝없는 위상 추락·취업 차별
‘악순환 굴레’이젠 끊어내야

“미국의 엘리트 교육기관은 미국사회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업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돼 버렸다. 이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몇년 전만 해도 상위권 학생들 중 상당수가 집 근처 주립대에서 가정형편에 맞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위권 학생들 대부분이 북동부에 자리잡은 최고 명문 대학들에 지망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이 쓴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라는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지구 반대편의 학자들이 쓴 이 책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재발견해볼 수 있다. 승자독식사회, 그 냉혹한 현실에서 지방 대학, 지방 대학 출신자의 위치는 ‘Winner(승자)’와는 거리가 멀다.

세상은 여러 기준으로 대학의 수준이나 서열을 평가해왔다. 교육여건이나 연구실적이 기준이 될 수도 있고, 사법시험 합격자수로 서열을 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서열화나 학력 과잉, 부실 대학 등의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지방민의 입장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할 것이 있다. 바로 지방 대학 차별과 위상 하락 문제다. 언제부턴가 ‘대학의 소재지’가 비공식적인 대학 서열의 한 기준으로 등장했다. ‘지잡대’(지방의 잡스러운 대학의 줄임말)라는 신조어만해도 그렇다. ‘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가 대학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위장전입이나 특혜, 치맛바람으로 입방아에 오른 부유층이나 사회지도층 자녀들이 다닌 대학은 죄다 ‘in 서울’이었다. 최순실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의 딸을 입학시킨 대학도 서울에 있다.

그동안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은 ‘지방이 살아야 동시에 지방 대학도 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일명 ‘SKY’로 불리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계획까지 구상하기도 했다.

지방분권과 지방 대학의 부활,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진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