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부담 가중시키는 경유세 인상 신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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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  발행일 2017-06-26 제31면   |  수정 2017-06-26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이르면 다음 달에 경유세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이 진행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방안, 일명 에너지 세제개편안 연구용역이 사실상 경유세 인상으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아 경유세 인상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용역안은 수송용 에너지 가격 조정과 관련해 10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모두 경유세 인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행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인 경유 가격을 최소 90%에서 최대 125%로 올리는 게 골자다. 경유세를 얼마나 인상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다음 달 4일에 열리는 에너지세 개편 공청회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사전 각본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유세 인상 여부는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책기관을 동원한 정부의 용역 관행을 볼 때, 이번 연구용역도 경유세 인상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오는 7월 말 세법개정안 발표 때 경유세 인상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원을 줄이기 위해 경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경유세 인상 부담은 서민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유차는 전체 차량의 40%가 넘는 860여만대(2015년 기준)나 된다. 이 중 유가 보조금을 받는 30여만대의 운송영업용 화물차를 제외하면 경유차는 소상공인의 생계수단인 소형 화물차와 승합차, 서민층이 주로 타는 소형 승용차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유세 인상은 결국 서민을 볼모로 한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소득재분배를 저해하는 간접세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데, 경유세까지 오르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인지도 의문이다. 환경 관련 연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 발생원은 국내보다 국외가 많으며, 경유차가 미치는 영향도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중국발 황사가 사라지면서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경유세 인상을 결정하기에 앞서 경유차와 미세먼지와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건강을 핑계로 서민 호주머니만 턴 제2의 담뱃세 인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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