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서로를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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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6 07:54  |  수정 2017-06-26 07:54  |  발행일 2017-06-26 제18면
“말 한마디에 품성 드러나…평소 좋은 말 공유해야”
유재석의 성공 비결은 겸손과 배려
어른의 언어습관 아이들이 따라해
사자성어·격언 공유…선순환 노력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서로를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최근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수명이 다 되어가는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수명이 2년 정도라고 들은 것 같아서 약정 기간을 알아볼 겸 통신사에 문의 전화를 했다.

상담원과 전화 연결이 되었고 이것저것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다. 상담원은 친절하고 공손한 태도로 질문에 답해 주었다.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다.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전화를 끊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퇴근 시간 무렵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벌써 오후 시간이 지났습니다. 오늘 상담했던 ○○○ 상담사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독 고객님과의 통화가 기억에 남는 것은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덕에 기억에 남아 안부 문자를 발송합니다.’(중략)

문자를 받고 기분이 좋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전화 상담사들이 전화를 받으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보도가 떠올랐다. 내가 전한 감사의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늘 좋은 말들이 넘쳐나는 건 아니다. 나도 최근에 어떤 분과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무심결에 던진 인신공격성 말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말을 살펴봐도 그렇다. 친구가 아직 일어서서 발표를 하고 있는데, 자기 말을 하고 싶어서 손을 들고 있는 아이가 여럿이다.

“친구 발표를 끝까지 듣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말합시다.”

여러 번 주의를 주지만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의 이러한 습관이 아이들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모국어는 어른이니까.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이러한 태도를 배운다. 어른들 또한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하기보다 자신의 말만 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말은 마음을 담아내는 소리여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의 품격’이라는 책에서 이기주 작가는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이 입구(口) 세 개가 모여서 이뤄진 것처럼 말이 모이고 쌓여서 한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의 말들이 모여서 아이들의 품성이 되고, 이러한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니 어른들의 품성이 이렇듯 완성되는 것이다.

‘유느님’으로 불리는 유재석은 10년 이상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가 이렇듯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겸손한 언행과 타인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은 유재석이 방송 중에 한 말들이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마라.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하라.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라. 칭찬에 발이 달렸다면 험담에는 날개가 달렸다. 혀를 다스리는 건 나지만, 내뱉어진 말은 나를 다스린다.’

말에 대한 유재석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또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내 아이에게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도 고민해 보았다.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의 말을 순화해서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자 아침마다 하는 활동이 있다. 아이들이 차례로 칠판에 사자성어를 적게 하고, 다른 친구들은 공책에 따라 적으면서 좋은 말을 공유하는 것이다. 꾸준히 정리한 사자성어나 격언을 일상생활 중의 대화나 발표를 할 때 사용하면서 언어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쌓여 나가면 아이들의 품성도 조금 더 아름답게 빛나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부터 소중한 말을 죽일지 살릴지 생각하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아이들의 귀로 흘러들어가 다시 아이들의 입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진<대구 시지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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