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밀리터리 룩의 세계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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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40면   |  수정 2017-06-23
군복인 듯 군복 아닌 묘한 매력
20170623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증함에 따라 그들의 옷차림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종전에 입었던 드레스 종류는 일을 하기에는 다소 불편한 옷차림이었다.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군복에 영향을 받은 듯한 군복을 연상시키는 여성용 바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에는 스커트 길이가 점점 짧아져 무릎까지 오는 길이에 몸에 피트되는 디자인이 유행하였고 군복을 그대로 재연한 다양한 형태의 재킷이 쏟아져 밀리터리 룩의 시대를 열어갔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이후 전쟁 이전을 그리워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성들은 다시 허리를 강조하고 다리까지 덮는 길이의 롱스커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과 함께 등장하게 된 밀리터리 룩은 현재까지도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번 2017 F/W 시즌 역시 존 갈리아노는 피코트를 자신의 런웨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듯하다. 원래도 보통의 코트에 비해 길이감이 짧은 편인 피코트를 재킷처럼 만들어 버린 것이다. 톤 다운된 컬러 또는 무채색을 사용하고 직선 느낌의 실루엣에서 뿜어 나오는 모던한 절제미를 선보인 존 갈리아노의 이번 컬렉션은 밀리터리 룩을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재해석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복서 모티브를 따온 다양한 디자인
1·2차대전 후 현재까지 매 시즌 인기
2017FW 역시 ‘밀리터리룩’변신 거듭

19세기 英 해군이 외투로 입은 피코트
전쟁 때 전투기 조종사들의 봄버재킷
佛 전통의상서 비롯된 베레모 등 눈길



독특한 커팅법으로 존 갈리아노와 함께 파리 패션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메종 마르지엘라 역시 신선한 해석을 선보였다. 컷 아웃된 베레모와 라인이 잡힌 퍼로 된 봄버 재킷, 그리고 당장 거리에 입고 나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M-65 재킷까지 다양한 밀리터리 느낌의 아이템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또한 아일렛이나 링 장식 등의 디테일에서 마틴 마르지엘라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캐주얼하면서도 개성있는 런웨이가 이어졌다.

그 밖에도 펑크한 무드로 밀리터리 무드를 자아낸 준야 와타나베, 라운드 느낌의 곡선을 살려 페미닌한 밀리터리 룩을 선보인 그로잉 패인스 등 세계 각지의 많은 디자이너들을 통해 밀리터리 룩은 끊임없이 재해석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피코트= 사실 피코트는 밀리터리의 유래가 된 시대보다 훨씬 이전인 19세기 영국해군의 선원용 외투로 사용되었다. 좌우 상관없이 앞섶을 여밀 수 있으며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까지 겸비한 것이 특징이다. 실용성을 강조해 일반적인 코트보다는 길이가 짧고 주머니는 보통 입술형태의 머프포켓이며 단추의 개수 또한 7~8개로 제한되어 있다. 시즌에 상관없이 겨울 외투로 사랑받고 있다.

◆봄버재킷= 칼라 없는 짧은 점퍼 형식의 아우터로 최근까지 핫 트렌드 아이템이었던 일명 ‘항공점퍼’다. 그 어원으로 짐작할 수 있듯 봄버재킷은 전쟁 시 폭탄을 떨어뜨리던 전투기 조종사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입었던 외투였다. MA-1 역시 봄버재킷의 일종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MA-1 디자인의 재킷들을 보면 안감이 주황색으로 처리된 제품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사고시 신고를 보내기 쉽도록 눈에 확 띄는 색상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는 남성복, 여성복 할 것 없이 유니섹스 아이템으로 밀리터리 아이템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M-65= ‘야전 상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하게 불려왔던, 일명 ‘야상’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M-1965 모델을 응용하여 디자인된 것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밀리터리 아이템 중 카모플라주 패턴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투다. 밀리터리룩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카모플라주 프린트는 전쟁 시 적들의 눈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은폐 또는 위장의 수단으로 주변 환경의 색과 비슷한 녹색·갈색이 많이 섞여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야상 점퍼의 특징은 주머니가 여러 곳에 달려 있는데 실용적인 밀리터리 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베레모= 일반적인 밀리터리 룩이 단순히 군복에서 유래된 것에 비해 베레모는 독특하게도 프랑스의 전통 의상에 포함되었던 모자가 세계 각국의 대표 군용 모자로 채택된 것이다. 군복은 보통 색이 자유롭지 않지만 특별히 베레모만큼은 색을 다양하게 사용해 나라마다, 그리고 병과마다 다른 색상을 사용하는 점이 차별화된다. 챙이 없는 모직으로 된 둥근 형태는 스타일링에 따라 귀엽거나 세련된 느낌을 주어 겨울철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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