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고교 상향 평준화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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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23면   |  수정 2017-06-23

문재인 대통령 핵심 교육 공약 가운데 하나인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 폐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진보적 성향인 교육감들은 적극 찬성인 반면 보수적 교육감들은 대안없는 폐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정도로 고교와 대학 서열화가 완고한 탓에 국민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 후 논란은 더 뜨거워지고 있는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외국어고와 자사고는 전국외국어고교장협의회와 전국자율형사립고교장협의회 등에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평준화를 통한 고교 교육 정상화와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외고 및 자사고 육성의 불가피성은 해묵은 논쟁이지만 쉽사리 어느 한쪽으로 결론내리기 어려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외고 및 자사고로 인해 사교육시장이 과열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대학이나 우수학과 진학에 유리한 이들 특목고로 인해 고교 서열화가 진행된 부작용 해소를 위해서는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반면 국가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단순 고교 평준화는 결과적으로 학력의 하향 평준화로 인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수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외고와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간이다.

사실 교육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두개의 논리가 모순되기는 하지만 나름의 명분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교 평준화 붕괴로 인한 사교육시장의 팽창과 이로 인한 과도한 학비부담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고통이다. 그렇다고 우수인재에게 기대에 못미치는 교육시스템을 강요하는 것도 교육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로 인해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외고·자사고가 확대되고, 진보적인 정부에서는 고교 평준화가 강조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문제는 앞으로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와 이후의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전반적인 교육공약을 살펴볼 때 외고·자사고 폐지는 고교 하향 평준화보다는 상향 평준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기존 고교를 외고·자사고처럼 교육여건을 향상시킨다면 굳이 외고나 자사고에 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국 새정부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면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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