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웜비어 사망 ‘진실 게임’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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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22면   |  수정 2017-06-23
[미디어 핫 토픽] 웜비어 사망 ‘진실 게임’
지난해 3월 북한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을 당시의 웜비어. 연합뉴스

17개월 만에 아들을 다시 가슴에 품었지만, 재회는 오래 가질 못했다. 머리는 삭발되고, 코에는 호스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고국으로 돌아온 아들은 이미 1년 전부터 혼수 상태였다. 6일간의 재회는 이내 끝나버리고 영원한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지난 13일 미국으로 송환된 지 일주일도 채 안돼 19일 숨졌다.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에 살고 있는 그의 가족은 이날 “웜비어가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학대가 슬픈 일을 낳았다”며 성명을 내놨다. 그의 사망과 관련된 소식은 이번 주 초부터 계속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 순위를 차지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그해 3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 직후 혼수상태가 됐다. 1년간 그 사실을 숨겨온 북한은 지난 6일 갑자기 미국에 송환 통보했다.

사망 원인을 두고 미국과 북한은 정반대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보툴리누스 식중독에 걸린 상태에서 수면제를 복용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치료한 미국 의료진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증거가 없다”며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광범위한 뇌조직 손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타와 고문의혹을 제기한 발언이다.

미국은 들끓었다. 웜비어가 숨지자 몇 시간 뒤에 전략 폭격기 ‘죽음의 백조’ 두 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굳은 표정으로 “웜비어에게 일어난 일은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분노했고, 국무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부당한 구금을 책임져야할 것”이라며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의 네티즌은 웜비어 사망소식에 애도를 표시하면서 미국에 대해선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 전쟁은 다 부추기고 앞에서는 인권 민주주의 외치면서 뒤로는 무기 팔아먹는 미국. 효순이, 미선이가 죽었을 때는 어떻게 했나. 양심이 있다면 그동안 한 행동들을 되돌아보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협상을 위해 인질을 붙잡아 놓는데 구타할 이유가 있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망 사건을 확대해석해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려는 물타기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정치 선전물을 훔쳤다고 15년 형을 선고하나. 사소한 일로 사람을 죽게 만든 북한과 같은 민족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현재 북한에 잡혀 있는 미국인은 3명이다. 적대행위, 국가전복 음모 등의 죄목으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모두 한국계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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