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불통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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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07:54  |  수정 2017-06-23 07:54  |  발행일 2017-06-23 제16면
[문화산책] 불통사랑

부모가 주는 사랑과 자녀가 받아들이는 사랑은 다를 때가 있다. 부모는 사랑을 줬다고 생각하는데 자식은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왜 그럴까?

열성적인 엄마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인영(가명)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출을 하여 엄마손에 이끌려 우리 연구소에 왔다. 인영이는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으며 엄마가 해보자는 상담도 싫고 엄마가 하라는 것은 다 귀찮고 싫다고 했다. 상담을 하면서 인영이 엄마는 지금까지 인영이한테 진정으로 안 해준 게 없다고 고백했다. 하나뿐인 딸을 위해서라면 잠을 자지도 않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엄마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딸의 말에 허무하다고 울먹였다.

인영이의 고백은 다르다. “엄마는 지금까지 나한테 뭔가 할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어요. 모두 엄마가 했어요. 내가 할 일인데 엄마가 해요. 결국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초등학교에서 상을 받았을 때 그냥 좋았어요. 상이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어떤 상을 받아도 기쁘지 않았어요. 내가 한 게 아니라 엄마가 하거나 과외선생님이 한 거니까요. 상을 받으면 엄마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엄마가 했으니 엄마는 기뻤겠지요. 친구들이 화장을 시작하고 방학이면 파마를 하고 염색도 했어요. 나도 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고3 지나면 성형도 시켜줄 거니까 대학에 가서 화장을 하고 파마도 하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나는 지금 하고 싶거든요. 엄마랑은 그게 안 통해요. 그냥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을 같이하고 싶은 거예요. 지금 나는 내 생활에 만족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요.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했고, 이제 내가 하고픈 대로 한 지 1년도 안됐어요. 엄마는 그게 별로라고 할지 몰라도 나는 솔직하게 사는 게 좋아요.”

아이러니한 것은 부모는 잠도 안 자고 그렇게 공들여 많은 돈을 투자해서 키웠는데, 정작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힘들었고 상처받았다고 울부짖는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놀고 싶을 때 놀지도 못하게 하고 끊임없이 공부로 괴롭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끝이 없는 공부를 시키는 부모가 원망스럽게 여겨지고, 빨리 커서 자기 능력만 되면 부모 품을 벗어나 혼자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주는 사랑과 자식이 받는 사랑은 달라도 너무 다른 억울한 상황이 연출되고 만다.

진정성(眞正性)은 참되고 올바른 성질이다. 진정성 있는 부모의 삶이 아이에게 전해져 아이에게 감동이 되고 정서적 울림이 될 때 진정(眞情)한 소통이 된다. 부모가 주는 사랑이 아이에게 진정으로 울림이 없다면, 인영 엄마처럼 그토록 주고서도 아이의 원망을 듣는 불통 사랑이 될 수도 있다. 도기봉 <꿈바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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