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발전 빠진 지방분권 강화 무슨 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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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2   |  발행일 2017-06-22 제31면   |  수정 2017-06-22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민의 숙원이었던 지방분권 강화가 새 정부에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전국 17개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20일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방분권을 다시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이 총리는 행정자치부를 비롯한 관련부처에 지방분권 촉진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법제처에는 법령 가운데 지방분권을 저해하는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자치분권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와 달리 문재인정부에선 지방분권 강화 의지가 확실히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방분권과 권력구조 개편을 담은 개헌 일정을 내년 지방선거 이전으로 못 박았고,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도 약속했다. 거기다 이 총리까지 지방분권을 챙기며 관계부처를 독려하고 있으니 자치분권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특히 이 총리가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이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자치분권만 가지고 지방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균형발전이 없는 분권화는 잘못하면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균형발전을 함께 추진하지 않는 지방분권 강화는 지역 간·자치단체 간 불균형 심화로 귀결될 개연성이 크다. 이를테면 재정 자주권은 자치분권 강화의 핵심이지만, 지방재정 제고(提高) 방안이 도식적으로 진행될 경우 자치단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속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주권 강화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아주 정교하고 주도면밀하게 설계돼야 할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원론적으론 중앙정부의 권한을 나눠 갖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강화의 궁극적 목적은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심각한 경제·정치·문화·교육 불균형 현상을 그대로 둔 채 지방분권만 강화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수도권 규제완화를 시사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발언은 우려스럽다. 이는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지방분권 강화 행보와도 배치된다. 지방분권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은 한데 묶어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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