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가정용 시대도 머지 않았다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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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2 07:44  |  수정 2017-06-22 09:09  |  발행일 2017-06-22 제19면
빛·온도 등 환경조건 인공적 제어
계절·장소 구애없이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
열대·고산지 식물 한 곳서 재배…생산량 증대 장점도
“기업 주도 식물공장 소형화…가정서 직접 따 먹는날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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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엔지니어링이 캐나다의 OCN 인디언 자치구에 수출한 식물공장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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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공장 전문 기업 카스트엔지니어링의 식물공장에서 상추가 자라고 있다. <경북TP 제공>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대비에 분주하다. 제조업 분야는 스마트공장을, 디자인 분야는 3D 프린터 등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은 어떨까.

최근 기후온난화로 인한 가뭄·홍수 등으로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중국·아프리카 등에선 고급 식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절과 장소에 관계없이 식물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식물공장(Plant Factory)이 주목받고 있다. 식물공장은 시설 내에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등의 환경조건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환경제어 및 자동화를 통해 계절·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장생산과 동일하게 작물을 계획하여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사계절이 뚜렷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식물공장은 특히 기대되는 성장 분야다.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 가능

식물공장은 부분제어형과 완전제어형으로 나뉠 수 있다. 부분제어형은 온실을 근간으로 태양광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시스템으로, 햇빛이 부족하면 보조 조명을 이용한다. 그러나 태양광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병해충 발생으로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완전제어형은 밀폐된 공간에서 LED 등 인공광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이다.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아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파종에서 수확까지 전 과정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에 주로 도입된 완전제어형 식물공장은 조명설비, 전기설비, 급배수설비 등 자동화시스템을 갖춰야 해 토지를 이용한 재배나 일반시설 재배보다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식물공장의 도입의 가장 큰 장점은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식물공장은 환경조건을 조절함으로써 농산물의 고품질과 품질의 균일화를 이룰 수 있다. 기능성 작물도 생산할 수 있어 소비자 특성에 맞춘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다. 액체비료원액을 조절하면 투석환자에겐 저칼륨 채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당뇨병 환자에게는 항당뇨상추를 재배할 수 있다.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병풀이나 새싹인삼도 식물공장에서 재배 가능하다. 햇빛 대신 LED의 파장을 조절해 식물에 적합한 광포인트도 적용할 수 있다. 열대성 식물, 고산지 식물 등을 한 곳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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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식물공장 키트도 등장

대구·경북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식물공장 산업생태계 조성지원사업을 펼쳐왔다. 해당 사업의 주관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경북TP)는 식물공장 관련 23개의 신규 창업과 기존 업체의 해외진출을 도왔다. 오는 7월엔 경북TP 내에 660㎡ 규모의 식물공장이 문을 연다. 재배면적은 약 1천432㎡로 하루 수확량은 약 146㎏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식물공장에는 구미 업체인 카스트엔지니어링(이하 카스트)이 입주한다.

카스트는 제어계측기, 해충방지 LED바 등을 생산하던 업체에서 2006년 식물공장 시스템분야로 진출해 2016년 캐나다 OCN 인디언자치구로 식물공장 시스템을 수출하는 등의 성과를 이뤘다. LED 생산 기술을 활용해 식물에게 최적화된 파장을 적용,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LED를 장시간 켜놓을 경우 발생하는 발열 문제도 자체 알고리즘으로 해결했다.

식물공장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수출산업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경북TP는 2015년 캐나다의 OCN 인디언자치구에 식물공장 시스템을 수출한 것을 계기로 해당 지역의 리튬 등 광물자원을 거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의 광물자원은 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가정용 식물공장 키트 등 소형 식물공장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는 2010년 일본 도쿄의 점포 안에 식물공장을 설치했다. 하루에 50포기의 양상추를 재배할 수 있는 공간에서 양상추를 재배해 곧바로 샌드위치를 만든다. 문영백 경북TP 지역산업육성실장은 “기업이 주도하는 식물공장에서 시작해 미래엔 가정의 소형 식물공장에서 직접 채소를 따서 요리해 먹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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