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 9년 도망 광산투자 사기범 제발로 귀국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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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1   |  발행일 2017-06-21 제9면   |  수정 2017-06-21
구미서 18억원 챙긴 뒤 해외도피
시효 만료 1년 4개월 앞두고 체포
경찰, 나머지 공범도 붙잡아 구속

[구미] 자동차 탁송기사로 일하던 A씨는 공범 3명과 함께 2008년 1월 금융 다단계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다. A씨는 당시 유행하던 FX마진거래(외환차익거래)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투자자에게 거액의 원금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궁지에 몰린 그는 후순위 투자자에게서 받은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원금이나 수익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저지르기로 마음 먹는다. 곧바로 실행에 옮긴 A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월 돌려막기 아이템으로 ‘사파이어 광산개발 투자’를 기획했다. 그는 라오스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현지 고위 관료와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것을 투자자에게 과시한 뒤 광산 개발에 투자하면 매달 투자금의 15%를 수익으로 돌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후 2008년 10월까지 구미지역 주민 100명으로부터 무려 18억원을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불황 속에 대박을 좇던 중산층 회사원이나 평범한 주부였다. 이들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천만원까지 투자했다. 수중에 18억원이 들어오자 A씨는 2008년 11월 라오스로 도망쳤다. 피해 사실을 알게된 투자자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A씨가 라오스로 떠난 뒤였다. 경찰은 이후 계속 수사를 진행해 국내에 숨어있던 공범 2명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주범 A씨에 대해 2009년 1월 사기혐의로 지명수배까지 했지만 좀처럼 잡지 못했다.

장기미제로 남을 것 같았던 이 사건은 지난 2일 A씨(56·구미시)가 스스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다소 싱겁게 해결됐다. 공소시효(2018년 10월)를 불과 1년4개월 남겨둔 시점이다. 10년 가까이 도피생활을 하던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도피자금까지 떨어져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18억원 중 일부는 선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라오스에서 렌트카 사업을 위한 경비로 쓰거나 생활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또 “식품 관련 특허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걸로 돈을 벌어서 갚으려고 입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추궁한 끝에 외환투자 사기를 도왔던 공범 B씨(56·구미시)도 지난 12일 붙잡았다. 구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지난 4일과 14일 A씨와 B씨를 특경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혐의 내용 중 일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공범자 진술과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뚜렷하기 때문에 구속했다”며 “오랫동안 쫓고 있던 사건이 해결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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