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가뭄과 민심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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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  발행일 2017-06-20 제31면   |  수정 2017-06-20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가뭄도 더 심해지고 있다. 충청지역에 비해 덜하다고는 하지만 경북지역도 가뭄이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기우제를 올리는 등 현대 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자연재해를 간절한 마음을 모아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수리시설이 안된 고지대 밭의 작물은 그대로 타들어가지만 대책이 없어 손을 놓은 곳이 많다. 식수조차 부족한 곳은 비상급수로 버티고 있다.

낙동강 등 4대강의 그득한 물마저 끌어 쓸 수 없는 지역의 농민들은 관정을 이용해 지하수를 퍼올려 농업용수로 쓴다. 이러다 보니 지하수의 물길이 같은 곳을 사용하는 농가의 식수원이 메말라 이웃 간 감정의 골이 패이기도 한다. 어느 농촌마을 농가들은 수십년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해 왔는데 지난해 마을 인근에 관정을 파면서 문제가 생겼다. 관정에서 물을 퍼올리면서 마을 안 두어 집의 식수가 거의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당연히 식수가 말라버린 농가에서는 난리가 났다. 올해는 가뭄이 심하게 되자 이 관정에는 24시간 물을 퍼올리려는 농민이 줄을 섰다. 조금씩이나마 나오던 두어 집의 지하수는 완전히 끊겼다. 부랴부랴 마을민들은 회의를 열고 관정 사용 제한 등 임시로 해결책을 찾았지만 가뭄이 끝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해결방법이 없다. 상수도를 연결해 주어도 농민들은 수돗물값이 걱정돼 농업용수로는 사용할 엄두조차 못내 대안이 안 된다.

가뭄이 들면 아전인수라는 말처럼 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농민들의 행태가 보여진다.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내 아이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하듯 가뭄에 목말라 하는 농작물을 보면 우선 물을 공급하려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논밭이 타들어가는 가뭄이 들면 왕이나 지방 수령들은 근신을 하거나 약간의 자학까지 하면서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간절히 기원했다. 이들의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켜 비를 내려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근신하는 마음가짐을 통해 메마른 농심이라도 달래보자고 한 의도가 더 큰 것 같다. 정쟁만 일삼는 현재의 위정자들은 이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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