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유치 좋지만 지역 내 과열 경쟁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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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  발행일 2017-06-20 제31면   |  수정 2017-06-20

지난해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유치했던 현대로보틱스의 협력업체들이 경남·울산 등지에 있던 본사를 대구로 옮겨온다는 소식이다. 큰 기업 유치에 따른 전후방 연관효과가 채 1년도 되지 않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전국의 지방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투자 유치에 목을 매는 것은 이러한 후광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정부 사이 무분별한 경쟁은 혈세 낭비와 자원의 분배 왜곡을 초래하고, 특히 같은 경제권역 내부 지방정부 간 지나친 유치경쟁 과열은 지역경제의 출혈을 초래하는 동시에 상생 발전이란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게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역내 기업 빼내오기식 유치의 경우 공동의 이익을 해친다는 관점에서 자제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구시의 한화시스템(이하 한화) 유치 움직임은 재고·재검토 돼야 한다. 한화는 2015년부터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사업장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임차 기간 종료에 따라 사업장 부지를 사들이거나 아니면 부지를 새로 구입해야 할 처지다. 한화의 잔류를 희망하는 구미시는 삼성과 한화 사이 부지 매각협상의 순조로운 진행을 바라는 한편, 대체부지 물색에도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구미시는 한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없는 부지도 만들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대구시가 소문대로 한화측에 파격적인 유치 제안을 했다면 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최악의 경우 한화가 대구·경북 권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사업장을 옮기는 사태에 봉착하게 된다면 대구 잔류는 구미시로서도 차선책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형편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구시의 대시는 구미시의 양해를 전제로 해야 했으며, 그러한 접촉이 설로 떠돌아서는 서로 불필요한 오해만 증폭시키게 된다. LG 등 대기업 이탈 경험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구미시는 대구시의 한화 유치 움직임에 당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만하다.

한화 이전은 방위산업체의 특성상 복합적인 여건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구미시 잔류가 현재로서는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최악인 역외보다는 대구 이전도 차악이나 차선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그렇더라도 역내 기업의 유출 방지가 대구시와 구미시 간 상생·협력의 금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조를 모색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절차적 정당성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면 대구시와 구미시의 상생 협력은 물 건너 가게 되고 취수원 이전 등 상생 과제 역시 갈등의 골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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