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TK 보수 새판을 짜자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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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  발행일 2017-06-20 제30면   |  수정 2017-06-20
내년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이대로는 묻지마 패배’공포
보수의 부활 기초 놓으려면 한국당 본진인 TK를 바꿔야…시작은 박근혜 지우기부터…
[화요진단] TK 보수 새판을 짜자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중진들은 당내 다수 집단인 70여명 초·재선 의원의 반대로 당 대표 출마를 접었다는 소문이다. 최고위원 출마가 거론되던 TK 초선인 정종섭(대구 동구갑)·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은 스스로 한발 물러났다. 당이 새로운 모습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박근혜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나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경력과 전투력을 갖춘 ‘두 초선’이 당 쇄신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말이다.

친박도 비박도 아닌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구갑)과 비례대표인 강효상 의원 등 일부 TK 초선들은 정풍운동에 적극 나서는 등 당 혁신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작은 일이지만 스스로를 내려놓고, 세(勢)가 부족해 주저앉게 될지라도 변화를 위해 과감히 도전에 나서는 것은 무기력감에 휩싸인 한국당에서 현재 꼭 필요한 일이다. 실제로 보수가 재건되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에서도 본진인 ‘TK’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박근혜의 그림자’를 지우는 일에서부터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년동안 TK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기대 정치적 특혜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보수진영의 붕괴 또한 그만큼 깊고도 크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국회에 들어와 10년간 ‘첫 야당’생활을 했다는 한 당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이회창·강재섭 등 대선주자급 인물들이 당에 많이 있어) ‘조금만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사실 한국당 위기의 본질은 보수진영의 인재풀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완전 소진되었다는데 있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당내 권력투쟁이 겹치면서 쓸만한 인재들이 계속 성장하지 못한 채 쓸려내려가 버린 것이다. 이제라도 계파 패권주의와 선수(選數) 우선주의를 배격하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한마음으로 삼고초려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당분간은 친박 색깔이 짙은 TK의원은 당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어떤 자리도 맡지 않기를 권유한다.

정치권에서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이 자주 언급되는데 TK 보수진영에서 이 정신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탄핵 정국을 야기한 데 대해 사과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친박 중진이 한 명도 없었다는 비판은 얼마나 뼈아픈가.

보수의 재건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은 ‘분열’을 끝내는 것이다.

2008년 총선에서 대패했던 진보진영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부활의 기초’를 놓았다. 민주당 내 차기리더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이때 승리했다. 보수진영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던지다시피 사퇴한 자리는 민주당의 박원순 시장이 꿰찼다. 진보진영은 정권은 넘겨주었지만,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를 장악해 그들의 인재들이 계속 일할 수 있게 했고, 그 속에서 재집권의 틀을 만들었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반등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된 채 선거를 치르면 ‘묻지마 패배’라는 진단이 벌써부터 나온다. 다급해서인지 최근 양당 일각에서 극단에 있는 몇몇 사람을 뺀 재결합이 거론되고 있다. 양극단의 인물이 누군지 입밖으로 꺼내서 이야기하지 않지만, 최경환(경산)·유승민(대구 동구을) 두 TK 중진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쉽게 짐작이 된다. 그러나 두 당이 재결합하는데 특정인들을 제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이같은 상황까지 온데 대해 두 의원이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특히 얼마 전 유 의원은 토론회에서 “망해가는 보수 바꾸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개혁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많은 의원의 동조를 통해 전진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주길 기대한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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