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寶庫-호미반도&영일만을 가다 .3]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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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  발행일 2017-06-20 제13면   |  수정 2017-06-20
흰디기·하선대·킹콩바위·주상절리…700m 선바우길 심심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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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동해면 입암리 호미곶 해안둘레길에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선바우가 우뚝 서 있다. 선바우는 ‘우뚝 선 바위’라는 뜻으로, 마을 지명인 ‘입암(立巖)’도 바위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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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선바우길 전경. 바닷가 암벽 앞 얕은 바다 위에 목재 데크를 깔아 둘레길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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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를 닮은 킹콩바위의 모습. 육중한 몸체를 지닌 고릴라가 앞발을 내디디며 걸어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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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해안둘레길 선바우길에 자리한 폭포바위. 10여m 높이 절벽에서 물이 흘러내려 바위를 깎으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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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우길 해안에 자리 잡은 여왕바위. 침식된 암반 기둥 위에 얹혀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보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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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우길 앞에 자리한 바닷속 주상절리 위로 파도가 넘나들고 있다. 바다 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상절리의 각진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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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우길의 백색 절벽인 ‘흰디기’에 동굴이 패어있다. 두 개의 동굴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중 한 곳은 여러 명이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큼 깊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포항시 남구 청림동과 장기면 두원리를 잇는 58.3㎞ 길이의 걷기길이다. 포항시가 조성 중이다. 국토 최동단 호미반도 연안을 아우르는 이 길은, 오는 9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둘레길은 연오랑세오녀길(1코스), 선바우길(2코스), 구룡소길(3코스), 호미길(4코스), 해파랑길(5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1월 선바우길 일부를 먼저 개통했다. 지금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입암리와 마산리를 잇는 선바우길 700m 구간을 탐방할 수 있는데, 이 구간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코스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해안절벽의 기암괴석 아래 숨겨진 호미반도의 보물 같은 풍광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寶庫(보고) 포항 호미반도&영일만을 가다’ 3편에서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제2코스 선바우길의 일부 구간을 둘러봤다.

#1. 선바우가 지키는 마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소재지에서 호미로를 따라가다 입암리에 도착하면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선바우길에 도착할 수 있다. 입암리는 전형적 어촌마을로 주변 풍경은 정겹다. 마을 한편의 작은 횟집은 손님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고, 마을 아낙네들은 삼삼오오 모여 볕에 멸치를 말린다.

바닷가로 나가면 마을 동쪽 해안 방향으로 데크길 입구가 보인다. 바닷가 암벽 앞 얕은 바다 위에 목재 데크를 깔아 둘레길을 조성했다. 길 왼쪽으로는 시원한 동해의 풍경이 펼쳐져 있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데크길은 두 명이 교차해 걸을 수 있을 만큼 폭이 여유롭다. 데크길은 700m에 불과하지만 볼거리가 많아 심심할 틈이 없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적어 주말만 되면 선바우길의 해안 데크길은 삼삼오오 모여든 가족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남구 청림∼장기면 두원리 잇는 해안
58㎞ 걷기길 중 백미 2코스 일부 개통

둘레길 시작 입암마을엔 선바우 우뚝
거친 바다가 삶의 터전 민초들 보는듯

시원한 동해 풍경에 자연 조각품 즐비
영겁의 세월 거치며 설화·전설도 간직



데크길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선바우가 방문객을 내려다본다. 6m 높이의 선바우는 ‘우뚝 선 바위’라는 뜻이다. 마을 지명인 ‘입암(立巖)’이 선바우에서 유래됐을 정도로 바위는 마을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한 지 오래다. 바위 표면에는 수많은 자갈이 뭉쳐있는데, 전체적인 모습은 마치 옥수수처럼 뾰족한 모양이다. 오래전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됐으며, 풍화작용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선바우는 벼락을 맞는 바람에 그 규모가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바다를 향해 기지개를 펴는 듯한 강인한 모습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선바우는 울퉁불퉁한 거친 표면 탓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도깨비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고,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바다를 응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민초들의 모습도 오버랩 된다.

선바우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일품이다. 바닷가에 저녁 노을이 깔릴 때면 영일만 바다 너머 육지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후 어둠이 내린 영일만 바다 위에는 포스코의 화려한 야간 경관조명이 내리깔린다.

#2. 자연이 만든 조각품과 마주하다

선바우를 지나자 해국군락지와 남근바위가 나타난다. 해국군락지는 해안절벽 비탈면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하고 있다. 파도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꽃을 피우는 해국의 생명력이 놀랍다. 군락지 옆 남근바위를 지날 때면 민망한 듯 키득키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방문객을 종종 볼 수 있다.

데크길이 조성된 해안 절벽 아랫부분은 깊이 침식돼 바위절벽은 뱃머리처럼 날이 섰다. 그 형상이 역동적이어서 배 수십 척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 정박해 있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등장하는 폭포바위에도 눈길이 간다. 육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바다로 흘러내리면서 바위에 4개의 골이 팼다. 10여m 높이 절벽에서 물이 흘러내려 바위를 깎으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아쉽지만 강수량 부족 탓인지 물이 흐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폭포바위를 지나면 여왕바위가 등장한다. 침식된 암반 기둥 위에 얹혀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보여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대만의 명물인 야류해양공원의 여왕바위가 잠시 떠올랐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대만의 여왕바위가 클레오파트라라면 포항의 여왕바위는 왕관 형상이 두드러진다. 자세히 보면 느타리버섯 같아 친근한 느낌도 들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의 바위여서 꽤 매력적이다.

여왕바위를 감상한 후 둘레길을 걸으면 길 왼쪽 얕은 앞바다에서 바닷속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주상절리는 바닷물 위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진 바위기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닷속 주상절리를 지나면 해안에 우뚝 서 있는 킹콩(고릴라) 바위와 마주할 수 있다. 킹콩 바위는 절벽에서 떨어져 나간 바위가 침식돼 만든 자연의 조각품이다. 육중한 몸체를 지닌 고릴라가 앞발을 내디디며 걸어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3. 영겁의 세월을 품은 자연의 건축물

조금 더 걸으면 30여m 높이의 거대한 백색 절벽이 나타난다. 이 절벽은 ‘흰디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화산 성분의 백토 때문에 흰색을 띠고 있어 ‘흰 언덕’으로 불렸고, ‘흰덕’에서 ‘흰디기’로 변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흰디기 또한 풍화와 침식으로 곳곳이 패어있지만 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새하얀 절벽과 푸른 바다의 색채가 대비되면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흰디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해안동굴은 영겁의 세월을 품은 자연의 건축물이다. 두 개의 동굴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중 한 곳은 여러 명이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큼 깊다. 동굴 내부에 들어서면 고승의 수행장소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동굴에서 바라본 바다는 평소의 모습과 다르다. 오직 동굴과 바다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몽환적 느낌이 든다. 잠시나마 세찬 바람을 맞으며 수행에 정진하는 수도자의 삶을 상상해 본다.

흰디기를 지나 해안을 50m쯤 걸으면 다시 먹바우로 향하는 데크길로 들어설 수 있다. 데크길 입구에는 소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어 운치가 그만이다. 두 번째 데크길 끝자락 바다 위에서는 동해 용왕의 놀이터인 하선대를 볼 수 있다. 하선대는 넙적한 모양의 바위섬으로, 지금은 갈매기들의 쉼터로 사용되고 있다.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고 해서 ‘하선대’ 또는 ‘하잇돌’로 불린다. 동해 용왕이 매년 칠석 때마다 선녀들을 하선대 위에 불러놓고 춤과 노래를 즐겼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하선대를 지나면 데크길이 끝나고 마산리로 접어드는 해안이다. 해안을 50여m쯤 걷자 먹바우(검둥바위)가 서 있다. 먹바우 또한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갓을 쓴 선비의 모습 같기도 하고 문인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먹바우 안내판에는 바위에 대한 안내 대신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적혀 있다. 먹바우가 ‘연오랑, 세오녀를 (일본으로) 싣고 간 배가 아니었을까’라는 문구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여행정보=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약전육교 아래에서 호미로를 따라 호미곶 방향으로 가면 선바우가 자리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에 도착할 수 있다. 구룡포에서 호미곶을 거쳐 올 경우 호미곶에서 호미로를 이용해 동해면 방향으로 빠져나오면 된다. 선바우길을 방문할 때는 동해안의 기상상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상당구간이 바다와 접해 있거나 바다 위여서 강풍, 풍랑, 해일 등 기상특보 발효 시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선바우 앞에서는 멸치건조 작업도 이뤄진다. 동해의 영양을 듬뿍 담은 멸치는 어민들이 직접 동해에서 잡은 것으로, 현장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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