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하락에 높은 임대료, 뛰는 인건비·재료값…외식업계 ‘4중고’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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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  발행일 2017-06-20 제6면   |  수정 2017-06-20
자영업의 위기, 지역 경제 뇌관 <중>
20170620
지난 9일, 주말을 앞둔 대구 동성로 로데오골목의 일부 점포들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역 자영업자들은 오늘도 하루를 ‘버티고’ 있다. 매출 하락은 물론이고 임대료·인건비·재료값 등 고정비용까지 치솟아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은 한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기 쉽지 않은 데다 수익률과도 직결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상가 임대료 16.3% 급등
신선식품물가 작년비 4.2% 상승
경력직 시급 8천원선 부담 증가
고용 없는 1인 사업장 증가추세


◆임대료 최고치에서 정체

주말을 앞둔 지난 9일 오후, 대구 동성로 로데오골목은 한산하기만 했다. 유동인구가 적은 탓도 있었지만, 한 집 건너 내걸린 임대 현수막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게 했다. 한 타로점 가게 사장은 “임차료는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최고치를 찍은 뒤 수년째 내려가지 않고 정체 상태”라며 “그나마 장사를 이어나가는 집은 어느 정도 건물주와 협상 아닌 협상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성·여성 보세의류로 유명했던 대구의 대표 쇼핑골목인 로데오골목은 어느새 술집, 분식점, 뽑기방, 게임장 등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인근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박모씨(34)는 “온라인 등 쇼핑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웬만큼 차별화된 품목이 아니곤 오프라인 가게들이 예전만큼 수익을 내기 힘들게 됐다”며 “임대를 내놓은 상태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 통계를 보면, 대구 동성로의 올 1분기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 초과) 임대료(완전 월세)는 전년 동기 대비 6.8% 하락한 ㎡당 2만9천74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규모 상가(2층 이하 또는 연면적 330㎡ 이하)의 경우 ㎡당 2만7천200원으로 같은 기간 16.3% 급증했다.

올 1분기부턴 대구 전체 지역의 임대료는 그나마 오름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당 7천31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져오던 상승세가 겨우 멈춘 것이다. 소규모 상가 역시 지난해 2분기 1.2%, 3분기 2.6%, 4분기 2.7% 등 임대료 오름세가 지속돼오다 올 1분기 하락세(-5.4%)로 돌아서 ㎡당 1만9천620원 수준이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대표는 “5년 전과 비교해 대구지역 전체적으로 상가 임대료가 크게 뛰었다고 볼 수 없지만 신천시장 일대, 광장코아, 김광석 거리 등 일부 상권이 살아있는 지역을 중심으로는 임차료나 권리금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에게 월세는 큰 지출 이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청이 내놓은 전국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소상공인의 8.2%는 영업활동 애로사항으로 시설 및 임차료를 꼽았다. 세부적으로 이들 중 81.9%는 높은 임차료, 18.1%는 노후된 시설 탓에 영업이 힘들다고 응답했다.

동성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7)는 “장사가 잘 될 때는 임차료가 비싸도 별 문제가 안된다. 장사가 안되고 매출이 줄어드니 자연히 월세 부담에 치이게 되는 것”이라며 “호기롭게 가게를 열었지만 결국 매출로 월세를 막아내지 못해 박차고 나간 사람들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10명 중 7명은 ‘나홀로 자영업’

오르는 물가는 그야말로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대구의 신선식품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2% 상승했다. 신선과실(18.1%), 신선채소(9.7%), 신선어개(7.2%) 모두 큰 폭으로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0%)을 이끌었다.

품목별로 달걀(82.7%), 오징어(61.8%), 돼지고기(6.4%) 등이 눈에 띄게 올랐다. 더욱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열무·양파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최근 이른 무더위와 가뭄 등으로 인해 생육이 부진한 데다 요식업소 등의 수요가 많아 당분간 가격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이 2014년 전국 외식업 경영주 1천명(제주 제외)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76%가 1년 전에 비해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식재료 가격 상승(77.3%)이 1위를 차지했는데, 매출액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1.6%로 전체 비용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 노변동에서 60여㎡ 남짓한 식당을 운영하는 김주연씨(46)는 “식재료 가격이 오른다고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메뉴값을 올려 손님들에게 부담을 씌울 수도 없는 일”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식재료 가격 상승만큼이나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인건비다. 대구지역에서는 아예 종업원을 두지 않고 혼자서 점포를 꾸려나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구 취업자 중 자영업자는 28만1천명으로, 이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9만8천명(70.5%)에 달했다. 전체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5년 전(66.4%)에 비해 4.1%포인트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비중이 72.9%에서 72.0%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

북구 노원동의 한 국밥집 사장 정모씨(60)는 “주방과 홀을 혼자서 다 맡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어쩔 수 없이 사람을 고용하게 된다”며 “경력이 있는 일부 파트타임 지원자들은 아예 대놓고 8천원 수준의 시급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흘러나오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당시 현재 시급 6천470원인 최저임금을 2018년 7천485원, 2019년 8천660원, 2020년 1만원 등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편의점 업주 김모씨는 “자영업자들의 실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해고 도미노’ ‘폐업 도미노’로 이어질게 뻔하다”며 “소비 진작과 업계 간 과당경쟁 해소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글·사진=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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