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백지화 반대” 영덕·울진 반발…경주 찬반 갈려

  • 남두백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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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0   |  발행일 2017-06-20 제3면   |  수정 2017-06-20
文대통령 탈원전 선언…경북 동해안 지자체 반응
20170620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버튼을 누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을 공식화함에 따라 신규 원전이 예정돼 있던 영덕군과 울진군 예정지역의 주민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영덕, “원전백지화 반대” 청와대 시위

영덕에서는 정부와 군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가 하면 상경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예정구역 내 토지소유주 모임인 천지원전 지주총연합회는 20일 낮 1시쯤 청와대 앞에서 회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문 대통령의 ‘원전 백지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신규 원전 예정구역을 벗어난 일부 주민도 술렁이고 있다. 지역민 박모씨(58·영덕읍)는 “원전을 반대하는 몇몇 시민단체는 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주민 상당수는 허탈감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20년 후 영덕을 볼 때 대형 국책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며 원전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밝혔다.


영덕 주민 100여명 상경 시위
“10∼20년 내다볼 국책사업 필요”
군, 지원금 380억 반납 고민

울진, 신규 예정지 주민 발끈
연간 200억원 세수 차질 우려



원전 건설에 손을 뗐던 영덕군은 향후 주민 집단반발을 걱정하고 있다. 또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19일 오후 대책회의를 가진 영덕군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정부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군민 의견을 수렴해 향후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영덕군이 신규원전 건설과 관련해 2014년 정부로부터 받은 유치지원금 380억원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통장에 잠자고 있는 정부지원금을 그대로 반납할 경우 ‘처음부터 영덕군이 원전을 반대했다’는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한 간부 공무원은 “이제와서 정부로부터 받은 유치 지원금을 반납할 수도, 사용할 수도 없게 된 지경이 됐다”며 답답해 했다.

◆울진 신한울3·4호기 예정지 주민 발끈

울진 역시 신규 원전이 예정된 지역의 주민 반응은 영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한울 원전 3·4호기가 예정된 북면 주민은 이날 대통령의 발표에 발끈했다. 북면 주민은 지난 5월부터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조속한 건설 촉구를 내용으로 한 현수막을 내걸어 왔다.

반면 다른지역 주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지역의 반핵 단체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울진군 한 공무원은 “원전에 대한 지역주민 간 찬반이 뚜렷해 쉽게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지역여론을 잘 파악해 울진군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대로 정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2027년, 2028년에 설계수명이 끝나는 한울 원전 1·2호기도 정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울진군은 연간 200억원 가까운 세수를 한수원으로부터 받을 수 없게 된다.

◆경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찬반 갈려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히자 환경단체와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반겼다. 그러나 동경주(감포읍, 양남·양북면) 일부 주민은 세수와 각종 사업이 중단될 것을 우려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를 하루라도 빨리 멈추기를 바란다. 다음달 말까지 진행하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폐쇄 수순을 밟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박모씨(54·동천동)도 “지진 발생으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했는데 폐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른 노후 원전도 한계에 이르면 계속 폐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대안도 없이 무조건 월성 1호기를 영구정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모씨(65·용강동)는 “후손을 위해 친환경 정책 추진은 찬성하지만 원전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전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전기료가 오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경주시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로 매년 세수와 사업비 등 63억원 정도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역자원시설세 50억원(경북도 35%, 경주시 65%)과 주변지역사업자지원사업비 13억원의 지원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덕·울진=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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