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런던 고층건물 화재, 결코 남의 일 아니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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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  발행일 2017-06-19 제31면   |  수정 2017-06-19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24층 고층아파트 화재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삽시간에 불이 건물 외벽을 타고 확산되는 모습은 큰 충격과 함께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값싼 가연성 충전재를 사용했고, 사전에 주민이 여러 차례 제기한 안전 위험 우려를 소방당국과 정부가 무시한 ‘예고된 인재’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확인된 사망자만 30명이고 실종상태인 28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참사에 대한 국민분노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당국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하는 비난의 화살이 테리사 메이 총리를 향하면서 보수당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아파트는 1974년 완공돼 스프링클러가 없고, 화재 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건물 개선작업 때 외벽에 부착한 합성피복 때문에 불이 쉽게 번졌다.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소방당국이 파악한 30층 이상 고층건물은 모두 3천266개 동이며,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물도 107동이나 된다. 고층건물 화재 건수도 2014년 107건, 2016년 150건으로 증가추세다. 올해도 6월까지 57건이나 발생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번 런던 고층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30층 이상 고층 건물의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지난 15일 밝히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낡은 건물 곳곳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같은 위험요소들이 상존해 있어 문제다.

이번에 화재가 난 런던의 고층아파트는 가난한 이민자들이 사는 서민임대 주택이다. 부자동네와의 차별 주장이 제기되면서 계층간 갈등 여론마저 들끓고 있다. 먼 나라 영국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물들도 살펴보면 소화기가 없거나 묶여 있고, 아파트 복도 위로 가스관이 지나가며, 건물 외벽엔 낡은 전선이 뒤엉켜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소재가 널려 있고, 대피소 역할을 할 옥상통로문은 평소에 잠겨 있기 일쑤다. 런던과 같은 대형 화재가 안 난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런 큰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잘 마련돼 있어야 하고, 주민들이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점검을 해보면 대개 이런 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안 돌아간다. 소방당국과 지자체는 꼼꼼한 점검과 예방활동을 상시화해 참사를 미리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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