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신독(愼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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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07:39  |  수정 2017-06-19 07:39  |  발행일 2017-06-19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신독(愼獨)

새 정부의 고위직 인선과 인사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음주운전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의 변명과 해명 또한 각양각색이다. 학부모와 학생은 청문회 정국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의 궁색한 변명을 들으면서 대다수 국민은 주먹을 쥐며 분노하다가 ‘어떻게 자기 관리를 저렇게밖에 못 했을까’라며 혀를 끌끌 찬다. 그들이 언젠가는 이런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평소 자기 자신을 좀 더 철저하게 관리했을 것이다. 그들은 별 죄의식 없이 법을 위반하면서 설마 문제가 되겠느냐고 가볍게 생각했을 것이다.

해동소학(海東小學)에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란 말이 있다. ‘홀로 있는 곳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도 홀로 있을 때조차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라는 ‘신독(愼獨)’을 강조하고 있다. 공직에 나가기 전이든 후든 ‘무자기’와 ‘신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공직자들의 공통된 생활 철학이었다. ‘무자기’와 ‘신독’이란 덕성은 일차적으로 가정교육을 통해 배양된다.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는 구멍가게가 없었다. 장터까지 1㎞ 넘게 걸어 나가야 했다. 밤에 무엇을 사야 할 때는 손전등을 들고 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구 하나가 진열대 전체를 밝히고 있었다. 불빛이 하도 어두워 물건을 겨우 구분할 정도였다. 너무 어둡다 보니 나이 든 주인은 거스름돈을 잘못 내 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심부름 다녀온 아이가 거스름돈을 잘못 받아왔을 때 어른들의 대응방식은 아이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집은 아이가 돈을 더 받아 왔을 때, 그날 당장 아니면 그 다음날 가게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어떤 집은 아이가 잔돈을 더 받아오면 ‘오늘 재수 좋은 날이네’라며 좋아하기도 했다. 나도 그 자리에서 확인하지 않아 돈을 더 받아 온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는 호통을 치시며 밤이 꽤 깊었지만 당장 가서 돌려주고 오라고 하셨다. 잔돈을 더 받아왔을 때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하던 집의 형은 30대에 감옥에 가는 불행한 일을 겪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우리는 잘 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이야기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하던 개발독재시절에는 요령과 편법, 불법과 탈법이 현명한 처세술로 간주되기도 했다. 영악하게 법망을 피해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이 때로 영웅시되기도 했다. 이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투명해졌고, 한 개인의 과거와 현재의 행적, 말과 글 등은 며칠 만에 다 밝혀낼 수 있다. 규칙과 법을 준수하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생활화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보다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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