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격대교육’

  • 김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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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07:37  |  수정 2017-06-19 07:37  |  발행일 2017-06-19 제18면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께 예절과 삶의 지혜 배워요”
대구시교육청 ‘1교+1경로당’결연
전래동화 들려주고 민속놀이 활동
아이들은 공연 준비해 ‘감사’전해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격대교육’
일러스트=김유종기자 dbwhd @yeongnam.com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린아이들의 교육은 조부모가 맡아 왔다고 한다. 김홍도의 ‘월야선유도’와 같은 그림 속에서도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거나, 업혀 있는 남자 어린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비교육에 있어서도 조부모가 큰 역할을 해 왔는데, 실제로 퇴계 이황도 편지를 주고받는 방법 등으로 친인척 아이들을 90여명이나 돌보았다고 한다. 특히 손자와 10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생활의 습관, 학습의 태도, 예의범절 등을 가르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세대를 건너뛰어 이루어진 교육이라는 의미의 ‘격대교육(隔代敎育)’이 중요시되고 있다. 조부모가 아이의 교육을 주관하게 되면서 생활의 예절, 삶의 지혜를 배워나가게 된다. 격대교육은 특히 핵가족 중심의 현대사회가 가지는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나가면서 요즘 아이들이 가진 개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세대 간에 이질적인 문화나 의식을 이해하면서 소통하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마련되는 한편, 경로효친의 마음을 길러줄 수도 있다. 격대교육은 편식 습관 개선과 같은 생활 습관에서부터 인성교육, 학습 태도 등에 이르기까지 부모가 해 주지 못하는 교육적인 효과를 이뤄낼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2015년부터 경로당과 함께 ‘1교 1경로당 자매결연을 통한 조손관계 회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5년 19개에서 출발하여 현재 31개의 경로당과 학교가 1교 1경로당 체험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이 교육은 조손관계 회복의 목적에서 출발하였지만, 경로당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까지 한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제시하는 조손관계 회복교육의 기본 매뉴얼은 만남-이해-감사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이와 관련한 기본 단계 안내는 물론 경로당을 대상으로 사전 준비 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끌어 갈 수업의 지도안 및 교육적 방법 안내, 각종 이야기 자료 및 학생들과 관련한 자료 등 경로당 교육을 위한 자료를 상세히 준비하여 제공하고, 사전교육 및 경로당 체험 교육의 시범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마음을 여는 만남의 단계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학생들의 인사 나누기, 경로당 돌아보기, 안전교육, 소통을 위한 놀이 활동이나 전래 동화들려주기 등 친교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해의 단계에서는 1세대와 3세대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는 시간, 서로에게 바라는 점 나누기, 간단한 촌수와 호칭 알아보기, 웃어른에 대한 생활 예절이나 효 교육을 실시하는 기본 단계를 지나 한궁, 실뜨기, 고무줄놀이, 팽이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등의 민속놀이 단계로 나뉜다. 민속놀이의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함께 하면서 두 세대가 소통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감사의 단계에서는 경로당 정리 활동과 어깨 주물러드리기, 체험학습에 대한 소감 나누기,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준비해 온 공연 보여드리기, 인사 나누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담임교사 역시 어르신과 함께 교육에 참여하며, 이러한 활동의 사후교육을 실시하여 그 효과를 배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격대교육으로 ‘학생들에게 뭔가를 제대로 가르쳐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경로당 내에서도 서로 교육 방법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아졌고, 자신의 옷매무새도 한 번 더 가다듬게 된다’는 어르신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러한 교육이 어르신께도 또 하나의 활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본교에서도 어르신과 함께하는 교육을 수년째 하고 있다. 경로당, 요양병원 등을 방문하여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는 공연 봉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에게 맡은 공연을 잘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은 몇 주 동안 함께 만나서 연습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대에서 공연을 마치고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등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경로효친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또 아이들의 일기장에서 어르신들을 생각했던 마음을 읽어보면서 이것이 참 좋은 봉사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께서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지혜, 유의미한 전통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부분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경로당 봉사에 있어서 미리 협의를 마친 뒤에 1·3세대가 함께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더 유익한 격대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자녀를 기르는 64% 이상의 부모들이 “사설기관과 같은 외부의 위탁 기관보다는 자녀를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시대 상황에서 격대교육은 하나의 교육적 대안이며, 현실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격대교육을 위한 더욱 다채로운 콘텐츠의 개발, 조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대한 안내 강화, 학교 대상의 적극적인 홍보 등의 정책이 필요할 때다.

김견숙<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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