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脫원전 시동…꾸물대다간 ‘해체센터’ 부산·울산에 뺏긴다

  • 송종욱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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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9   |  발행일 2017-06-19 제6면   |  수정 2017-06-19
원전해체센터 경북 유치 어디까지 왔나
20170619
지난 17일 발전을 중단하고 외부로 전기공급을 끊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1호기(맨 오른쪽). 연합뉴스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는 당초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 1천473억원 규모로 설립을 추진했다. 대구시, 경북도, 부산·울산·광주시, 전남·전북·강원도 등 8개 자치단체가 유치 의향을 밝혔다. 이 가운데 경북(경주)·부산(기장)·울산(울주)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의 경제성(B/C)이 0.26으로 나와 설립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정책이 가시화되자 상황은 급반전되고 있다. 19일 0시를 기해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되면서 경북도-부산시-울산시 간 원전해체센터 유치전이 재가열될 조짐이다. 기간만 최소 15년 이상 걸리는 고리1호기의 해체작업은 약 1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그만큼 파급 효과도 크기 때문에 지자체 간 사활 건 유치전이 예상된다. 2019년이면 가동 30년이 넘는 노후 원전이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도 월성 1호기 등 총 8기나 된다. 원전해체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부산시 최근까지 6차례 건의문
한수원과 비즈니스 포럼 계획도
울산·울주도 유치 예산 50억 투입

경북도 과학단지와 동시 유치 노력
“타지자체 비해 활동 소극적” 지적


◆선제공격 부산·울산시

부산시가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전해체센터를 고리 1호기가 있는 부산에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부산시는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에 유치를 건의했다. 331억3천만원을 들여 전체 면적 1만200㎡ 규모의 원전해체센터를 건립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 부산시는 최근까지 6차례 산자부, 한수원에 건의문을 전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상공회의소 원전해체산업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고리 1호기를 둘러보고 지역 업체의 원전해체산업 참여 방안을 논의했다. 또 지역 기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소개하고 원전을 해체할 때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부산시는 조만간 한수원과 공동으로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을 열어 고리 1호기 해체 로드맵과 해체 절차, 원전해체산업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한다. 또 부산대,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원전해체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울산시와 울주군도 2014년부터 원전해체센터 유치에 뛰어들었다.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울산원전해체기술연구협회를 창립했다. 산업수도로 원전해체 관련 기업 인프라가 구축된 울산이 고리원전과도 가깝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울주군은 해체센터 유치를 위한 예산 50억원을 편성했다. 울산시는 또 올해부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원전해체 기술 개발 연구를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 울산과학기술원은 지난해 말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됐다.

◆경북도, 대통령공약 기대

경북도 역시 원전해체센터의 경주유치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인 지난달 5일 포항 유세에서 “경주를 첨단 신재생에너지 융복합타운으로 육성하고 벤처기업과 원자력연구기관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북도와 경주시는 원전해체센터를 포함한 ‘원자력과학단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과학단지는 제2원자력연구원, 국가지질방재센터, 원자력 제염해체기술센터 등이 포함됐다. 원자력과학단지 부지 300만㎡의 재원(2천억원)도 마련하고 있다. 앞서 경북도는 경주에 원전해체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2015년 대구시·경주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또 국내 원전 관련 기관·대학 등과 잇따라 업무협약(MOU)을 맺어 협력관계도 구축했다.

경북도는 국내 원전 25기 가운데 12기가 경북에 있고 중·저준위방폐장도 가동하고 있어 해체센터는 당연히 경주에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진의 한울에 원전 4기를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고, 영덕에 천지원전 2기를 지을 예정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경주시는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위해 시민 26만명 가운데 22만5천명(85%)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원전해체센터 건립안을 정부에 제안한 부산시나 센터유치를 위해 예산을 편성해 놓은 울주군 등 다른 지자체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북도 관계자는 “원전해체센터 건립이 재추진된다면 당연히 관련 기관들이 밀집한 경북에 유치돼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다시 본격적으로 유치활동에 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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