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어려운 작품은 왜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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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7   |  발행일 2017-06-17 제23면   |  수정 2017-06-17
[토요단상] 어려운 작품은 왜 어려운가
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현대 예술의 특징 중 하나는 난해성이다. 현대 작품을 망라한 미술관을 둘러보면 모더니즘 미술과 팝아트 이래의 현대 작품, 퍼포먼스에 해당하는 작품들 때문에 세 번은 불편한 감정을 겪게 마련이다. 최근의 현대 음악을 어쩌다 듣게 될 때 느긋하고 편안한 감상을 기대할 수는 없기 십상이다. 조각이나 건축에서도 훌륭하다는 작품이 왜 훌륭한지 알 수 없어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문학도 다르지 않다.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를 펼쳐 보면 ‘왜 이런 걸 읽어야 하나’ 싶어지기까지 한다.

현대 이전의 예술들은 어렵지 않았을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종교적인 비의를 담은 작품이 이교도에게는 난해하게 비쳐졌을 테지만, 개종하고 나면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된다. 하층민이 상류계급의 예술을 감상할 수는 없었겠지만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면 감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리키듯이 전근대의 어려운 예술은 대체로 배우고 나면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을 보였을 뿐이라 하겠다.

어려운 현대 예술의 일부도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난해한 경우다. ‘감상자의 무지에 의한 어려움’이라 할 이 경우는 다시 둘로 나뉜다. 작품이 창작된 관습이나 장르 규범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하나다. 이때는 시간을 투자해서 예술의 동향과 역사를 이해하면 어려움이 없어진다. 모더니즘이 대표적인 예가 되는데, 이런 경우의 학습을 언짢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난해한 예술까지 풍요롭게 감상할 수 있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일 수는 없다. 다른 하나는 문학에서 잘 보이는 것인데,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무수히 참조하고 있어서 어려운 경우다. 이 경우도 관련된 공부를 하면 어려움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한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작품도 있다. 어떤 예술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여 일반적인 관념을 넘어서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때의 난해함은 ‘이것이 도대체 왜 예술인가’라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피할 수 없어서 생기는 심정적 어려움이다. 시대가 흘러 그러한 예술이 일반화되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틀을 잡아가게 되면 일반인이 공부를 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는 되지만, 그전까지는 어려운 작품으로 남게 마련이다. 앞에서 언급한 난해한 작품 모두 초기에는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난해한 작품이었고, 여전히 그러한 경우로는 카프카의 문학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위의 사례들과 완전히 종류가 다른 난해한 예술품도 있다. 작품이 감상자와의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다. 본래적인 불가해성을 보인다고 할 이런 경우는 굳이 의미를 찾자면 예술가의 행위 자체가 의미를 지닐 뿐이다. 순수시나 다다이즘에서처럼 사실 이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대체로 스스로 어떤 의미도 지니지 않는다. 엄밀하게 생각해 볼 때 진정으로 난해한 예술작품은 바로 이 경우뿐이라고 할 수 있다. 앎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충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안다는 것은 곧 해석한다는 것인데, 예술작품이 그렇게 해석되어야 할 존재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석을 통해 예술품의 효과를 인식 내용으로 축소하는 것이 예술작품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려운 작품이 어려운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예술품을 감상과 향유의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알아야 할 대상으로 잘못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난해한 작품 중 일부는 바로 이러한 반성을 통해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친근한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추상 자체로 예술인 음악을 대하듯이 난해해 보이는 예술작품도 일단 그냥 즐겨 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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