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강뉴 부대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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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7   |  발행일 2017-06-17 제23면   |  수정 2017-06-17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한 에티오피아는 일반군이 아닌 황실 친위대 ‘강뉴 부대’였다. 에티오피아 육사 1·2기 출신의 최고 엘리트로, 한국을 돕기 위해 두 달 동안이나 배를 타야만 했다.

1935년 이탈리아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은 아픔을 겪은 이유로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지구 반대쪽 낯선 나라를 돕겠다며 망망대해를 건너온 이들은 늘 최일선에서 싸웠다.

그리고 253전 253승.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땅을 밟은 에티오피아 참전 군인은 6천37명이었다. 이 가운데 122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단 한 명의 포로가 없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는 셀라시아 황제의 명(命)을 끝까지 지켜낸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마치고 돌아간 이들의 나라 에티오피아는 이후 7년간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고 한 해 100만명이 굶어 죽는 기아에 시달려야 했다. 급기야 1974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을 도왔던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은 핍박을 받기 시작했고, 이름까지 바꾸고 꽁꽁 숨어 지내야만 했다. 그후 민주정부가 들어섰지만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가난과 질병 속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이 그저 커피가 유명하고 빈곤한 나라로만 알고 있는 에티오피아.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할 때다. 전쟁의 포화가 멎은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한국을 혈맹의 나라라 생각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폐허를 딛고 일어섰다. 근린들의 유무상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했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의 신화를 쓰며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누리는 자유와 경제적 풍요,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주권국가로서의 위상은 이들의 목숨 바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가난과 커피의 나라가 아닌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로 기억해야 할 에티오피아.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일지라도 우리 모두 한번쯤은 이들의 헌신을 되새겨봐야 한다. ‘은혜를 잊지 않는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할 때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준영 경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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