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스마트고로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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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4   |  발행일 2017-06-14 제31면   |  수정 2017-06-14

국내 제철산업에도 스마트시대가 열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IT 신기술들이 산업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요즘 고로(용광로)를 만드는 데도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1978년 12월9일 오후 2시7분 포항제철소 3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졌다.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과 임직원들은 고로에서 쇳물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꼬박 하루를 뜬눈으로 지새웠다. 1973년 1고로, 1976년 2고로에 이어 마침내 3고로에서도 금빛 쇳물이 흐르자 이들은 두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불렀다. 그로부터 40년 뒤인 2017년 6월7일 안동일 포항제철소장과 직원들은 오후 4시로 예정된 출선 시간에 맞춰 3고로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정각이 되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용광로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쇳물이 쏟아졌다. 철강맨들은 또 한 번 만세를 외쳤다. 올해 불혹을 맞은 3고로는 일명 ‘스마트 고로’ ‘AI고로’로 불린다. 우리나라 고로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진행된 개수(改修)작업을 끝내고 최근 화입식을 가진 3고로는 내부 크기도 기존 4천350㎥에서 5천600㎥로 확대돼 초대형 고로로 재탄생했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머리도 똑똑해졌다. 첨단 센서로 중무장한 용광로에서는 가동 초기부터 내·외부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쇳물을 뽑아내는 데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렸다. 첫 출선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최신 정보통신(IT) 기술 덕분이다. 용광로의 생김새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가동 시스템인 소프트웨어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 등 각종 IT신기술이 설비에 접목되면서 전통적인 굴뚝산업인 철강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불고 있다. 비단 고로뿐이 아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등 공장 설비 곳곳에 센서를 부착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을 최대로 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구현 중이다. 반세기 전, 박태준 명예 회장은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첫 열연코일에 ‘피와 땀의 결정체’라고 썼다. 지금 그가 계신다면, 스마트 고로에서 나온 철강제품에 어떤 문구를 새겨 넣었을지 궁금하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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