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국립대 부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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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4   |  발행일 2017-06-14 제30면   |  수정 2017-06-14
문재인정부 고등교육 정책
거점국립대 명문대化 통해
학벌사회·대학서열화 해소
국토균형발전 기대감 높아
지역국립대 심기일전 기대
[동대구로에서] 국립대 부활할 것인가
박종문 교육팀장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국립대는 심한 홀대를 받았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국립대선진화방안이라는 그럴듯한 명칭의 국립대발전정책을 마련했지만 실은 ‘발전’과는 거리가 먼 ‘통제’에 무게중심이 실린 국립대 억압정책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총장 직선제를 온갖 수단을 동원해 간선제로 전환하도록 했고, 직선제 포기 각서를 쓰지 않는 대학에는 정부사업에 줄줄이 탈락시키는 재정적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국립대 발전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국립대를 정권의 시녀로 만들기 위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재정지원 삭감 카드도 수시로 사용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선제적인 정책이라고 할 대학구조개혁은 교육적 마인드라기보다는 사업적 또는 기업적 마인드에 더 가까워 대학 발전에 마이너스 요인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여건이 다른 국립대와 사립대를 같은 기준(지표)으로 관리·평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립대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박근혜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간선제로 총장 임용 후보자를 추천했는데도 이유도 없이 총장 임용이 미루어진 대학이 국립대의 4분의 1에 달했다. 정부는 국립대 발전에 대한 장기플랜이 없는 것은 물론 고등교육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면서 교수들의 비판에 귀를 닫았다. 이렇게 지난 9년간 국립대는 힘든 시간을 보냈고, 국립대 교수들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새 정부는 과연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내용 등을 살펴보면 이전 보수정부와는 결이 다른 국립대 육성 의지가 돋보인다.

한마디로 거점 국립대를 수도권 일류대학에 못지않은 명문대학으로 만들고, 그다음에는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거점 국립대 9개교(서울대 법인 포함은 유동적)의 학생 1인당 지원비를 현 1천500만원 수준에서 서울의 5개 사립대 수준인 2천190만원에 준할 수 있도록 예산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국공립대 학생 비율을 현재 24%에서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도 밝혔다. 대학구조개혁 과정에서 국립대 정원은 유지하고 사립대 정원을 감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립대 비중을 높여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가 국립대, 특히 거점국립대를 명문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결국 거점국립대가 수도권 명문 사립대 수준은 돼야 수도권 집중억제와 지역균형발전 등을 이뤄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一克主義)를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립대 발전문제를 단순한 대학정책으로 보지 않고 국토균형발전과 교육평등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국립대 발전을 통해 학벌사회 해소와 대학서열화를 해소해 사회계층 간,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상당히 야심찬 계획이다.

그동안 한숨만 쉬어온 국립대 처지에서는 학교발전에 필요한 중요한 동력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국립대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느덧 익숙해진 이류의식을 털어내야 하고 지역사회에 책임있는 교육기관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모처럼 맞이한 기회 앞에서 지역 국립대들이 심기일전해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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