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골목 ‘추억 파는 가게’를 아시나요

  • 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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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4   |  발행일 2017-06-14 제13면   |  수정 2017-06-14
신명여고 동기생들 의기투합
중구 ‘근대상회와 무지개다방’
1960·70년대 콘셉트 물건 판매
입소문·블로그 통해 유명해져
대구 근대골목 ‘추억 파는 가게’를 아시나요
이나현씨 등 청라무지개협동조합원들.

“쫀드기·눈깔사탕·달고나 등 주전부리, 그림인형 옷입히기·뽑기·딱지 등 옛날 놀이, 이젠 원로배우(?)가 된 이덕화·임예진이 청춘스타로 활약하던 시절 영화 포스터, 그리고 가정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된 옛날 TV 등….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40~50년 거슬러 올라온 듯합니다.”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 초입에 지난해 문을 연 ‘근대상회와 무지개다방’이 입소문과 블로그를 통해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곳은 대구근대골목 투어가 인기를 끌자 인근 신명여고를 졸업한 동기생들이 의기투합해 청라무지개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추억을 파는 가게’이다.

고객은 동네 아이들에서부터 골목투어에 나선 40~60대 성인, 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하다.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종이인형을 사 가는 아이도 있고, 아이와 함께 뽑기를 하거나 딱지를 사 가는 부모도 있다. 이곳에는 200~1천원 정도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꽤 많다.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달고나’를 만드는 초등학생 단골도 생겼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은 “옛 추억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고 응원을 보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근대골목 투어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졌다. 길을 물으려 가게에 들렀다가 진열된 상품에 반해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물건을 사기도 한다. 길을 묻는 관광객이 늘자 관광안내지를 아예 매장 한쪽에 비치해 두고 있다. 인근 구미·경산 등지에서는 심심찮게 프랜차이즈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청라무지개협동조합 이나현씨(47)는 “지역 문화와 어울리는 추억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이점희·최동은·박현리·김혜경·정성자·이승현씨 등 신명여고 동기생들과 뜻을 모았다”며 가게를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교수·건축설계사·사회복지사·학원 운영 등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매월 한 번씩 만나 행사와 이벤트 등 가게 운영을 놓고 토론한다. 또 일요일에는 돌아가며 가족도 참여해 가게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이씨는 결혼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다문화 강사 양성, 통·번역 서비스, 다문화 작은도서관 운영 등을 하는 사회적 기업 ODS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을 시간제로 고용해 일거리 창출도 하며 외국인 방문자에게는 청라언덕으로 들어가는 길 안내도 해주고 있다”면서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수익이 늘면 다문화 가정 돕기 등 좋은 일을 하자고 친구들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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