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엄마의 특별함’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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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2 07:43  |  수정 2017-06-12 07:43  |  발행일 2017-06-12 제18면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도 항상 미안하다고 말해요”
20170612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5월에는 어버이날이 있기 때문일까?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웠구나’ 싶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는 ‘우리 딸도 나중에 커서 엄마에 대해 이런 애틋함을 가지겠지’ 싶어 마음이 아련해진다.

올 5월에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소설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소설을 써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찾고 약간의 상상력을 보태 소설을 써보도록 지도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이 자전적 소설인 경우가 많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생활, 친구와의 싸움, 집 이야기 등을 소재로 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엄마와의 갈등이다.


“애틋함 스며든 사랑의 표현
자식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사춘기에는 잔소리라 생각”



용진이도 엄마와의 갈등을 소재로 ‘컴퓨터 전쟁’이란 작품을 썼는데, 그 속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엄마의 콧대를 꺾어 주고 싶다. 이제 곧 시험이 있으니 공부를 해서 평균 90점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엄마에게 당당하게 컴퓨터를 사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가 ‘계속 네가 그렇게 하면 공부가 되겠느냐’며 계속 시비를 건다. 그리고 엄마는 네 공부하는 자세가 어쩌니 저쩌니 계속 잔소리 했다.”

용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의 글 속에서 엄마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엄마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자신이 안 하는 일을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시키고, 공부 좀 해 보려고 하면 괜한 시비를 거는 사람인 것처럼 그려진다. 본격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아이들의 글 속에 그려진 엄마의 모습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마도 나 역시 엄마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아이들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졌고, 때마침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신적인 어떤 존재가 지금과 같은 모습의 인간을 만든 후,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의 엄마를 만든 후, 천사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했다. 그러자 천사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며 이렇게 흉측한 인간은 처음 본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팔이 10개에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었다. 천사는 신적인 존재에게 다른 인간과 달리 엄마를 왜 이렇게 흉측하게 만들었는지를 물었다.

신적인 존재가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어. 엄마는 두 손으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면서도 아이를 안아줘야 해. 그런데 손 두 개로 이런 걸 다 어떻게 한단 말이야. 손이 10개쯤은 돼야지 이 모든 걸 할 수 있어. 그리고 엄마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아기가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지 봐야 하니까 뒤통수에도 눈이 있어야 했어.” 이 말을 듣고 천사는 엄마의 모습이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이해를 했지만, 여전히 흉측한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신적인 존재는 천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엄마를 다른 인간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고, 그 대신 엄마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했다. 눈이 두 개밖에 있지만 뒤통수에도 눈이 있는 것처럼 아이를 살필 수 있도록 했고, 팔이 두 개지만 마치 10개인 것처럼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의지를 준 것이다.

천사가 감탄하는 것도 잠시, 천사는 엄마의 또 한 가지 특별한 모습에 감동받았다. 엄마는 기쁨과 슬픔 모두를 눈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사의 감탄에 신적인 존재는 난감해하며 말했다. “이건 내가 준 능력이 아니야. 엄마는 두 개의 팔로도 마치 10개인처럼 일을 하고,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 아기를 위험에서 구해. 그런데도 엄마는 아기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껴. 팔이 두 개라 10개 20개인 것처럼 아이를 돌보지 못해 눈물을 흘려. 그리고 이 마음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리더군.”

오래 전 파울로 코엘료가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돕기 위해 출간한 ‘뽀뽀상자’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그 사이 시간이 흘러, 나 역시 아이 앞에서 한없이 부족하다 느끼고, 말로는 그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눈물로 대신하는 엄마가 되었다. 책장에서 ‘뽀뽀상자’를 꺼내들며, 내일은 우리 애들에게 엄마에 대한 글을 읽어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 끝에 이 말을 덧붙여 주고 싶다.

“얘들아, 엄마는 말이지. 15㎏이 훌쩍 넘는 아이를 들어 혼자 업고 몇 시간씩 집안일을 할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이며, 아기가 잠결에 기지개 켜는 소리를 듣고 자동적으로 가슴을 토닥여줄 수 있을 만큼 민감한 청력도 가지고 있지. 말 한마디 못하는 아기가 옹알대는 소리만 듣고도 무엇이 필요한지 단번에 알아내는 뛰어난 언어 전문가인 데다, 학교 다녀오는 너희의 뒤통수만 보고도 너희의 기분을 알아챌 수 있는 심리 전문가이지. 무엇보다 엄마는 뱃속에 있던 너희에게 자신의 피와 살을 비롯해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란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이토록 엄마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단다. 오늘은 엄마의 지랄맞음을 찾기 전에 우리 엄마의 특별함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그 특별함 속에는 어김없이 너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스며있을 거야.”

나혜정<대구 경서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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