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닥터 왓슨 말고 닥터 김사부에게 물어보세요!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6-12 07:40  |  수정 2017-06-12 07:40  |  발행일 2017-06-12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닥터 왓슨 말고 닥터 김사부에게 물어보세요!

2016년 봄, 바둑기사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등장하여 인간 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은 특유의 맑고 천진한 미소로 이 도전을 기꺼이 받아주었습니다. 이미 체스에서는 슈퍼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을 꺾은 바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바둑에서만큼은 컴퓨터가 인간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이세돌 9단은 3연패란 충격적인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인공지능의 잠재력에 놀랐습니다. 이후 이세돌 9단은 불굴의 의지로 1판을 승리하여 인간 대표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다시 1년 후인 지난 5월 ‘알파고’는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돌아와 세계 최강 바둑기사 커제 9단을 상대로 가볍게 3연승을 거뒀습니다. 그러고는 홀연히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세돌 9단은 바둑으로 인공지능을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인류 역사에 남았습니다.

앞으로 ‘알파고’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의 활용 분야를 의학 분야로 넓혀 의료계 종사자들을 돕겠다고 합니다. 실제 영국에서는 인공지능을 특정 안과 질환에 대한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바둑에서는 신선(神仙)쯤인 ‘알파고’도 의료계에서는 ‘의선(醫仙) 화타’쯤으로 깍듯이 모셔야 할 선배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퀴즈왕 출신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혹독한 암전문의 수련 과정을 마친 인공지능, IBM의 ‘닥터 왓슨(Dr. Watson)’입니다. IBM 창사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에 출연하여 지난 프로그램 우승자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퀴즈왕으로 등극하며 유명해졌습니다. ‘알파고’가 바둑계를 떠나 의료 분야로 진출한 것처럼 ‘왓슨’도 퀴즈계를 떠나 의료 분야로 활동을 넓힙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IBM은 실제로 이 인공지능을 메릴랜드대 의과대학에 입학시켜(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로봇인 ‘타스’ 같은 모습으로 실제 캠퍼스를 누빈 것은 아닙니다), 18개월 동안 각종 의학저널, 의학 교과서, 최신 논문, 진료 기록 등을 학습시켰습니다. IBM이 최고 명문 의과대학인 하버드나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보내지 않고 굳이 주립대학인 메릴랜드 의과대학을 선택한 것은 혹시 등록금을 아끼기 위함이었을까요, 아니면 퀴즈대회 우승 정도의 스펙으로는 하버드나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합격하긴 모자랐던 것일까요? 아무튼 메릴랜드 의과대학을 수료하고 의사가 된 ‘닥터 왓슨’은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레지던트’과정에 들어가 다른 수련의들처럼 암 환자 치료 과정을 학습하며 암전문의로서의 수련을 받습니다.

이런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쳐 탄생한 암전문의 ‘닥터 왓슨’을 현재 국내 병원들이 서로 앞다퉈 도입하고 있습니다. 아직 그 역량에 대한 의학계의 판단은 유보적이지만, 미국종양학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특정 암에 대해서는 ‘닥터 왓슨’과 전문의 간의 진단 일치율이 90%가 넘습니다. ‘알파고’나 ‘닥터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의 발달을 보면서 향기박사는 어쩌면 인공지능의 학습과정을 연구하다 보면 거꾸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정보를 습득하고 지식화 학습을 하는지 밝히게 될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닥터 왓슨’이 도입된 병원에서는 전문의들이 항암치료방법에 대해 환자에게 이야기하면 ‘닥터 왓슨에게 정말인지 확인해보자’고 하고, 심지어 다른 의견이 나오면 “닥터 왓슨 의견대로 해주세요”라고 해 인간 의사선생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답니다. 향기박사에겐 닥터 왓슨이 유능한 인공지능 의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할머니가 사랑 가득한 따뜻한 손으로 배를 문질러주면 배탈이 나았던 기억이 강렬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사람 향기 나고 가슴 따뜻한 ‘인간 닥터 김사부’가 더 좋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