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심야식당 2·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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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9   |  발행일 2017-06-09 제42면   |  수정 2017-06-09
하나 그리고 둘

심야식당 2
음식으로 건네는 따뜻한 위로


20170609

영화 ‘심야식당’(감독 마츠오카 조지) 시리즈의 원작은 일본에서만 240만부의 판매를 기록한 동명의 만화(작가 아베 야로)다. 만화의 큰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와 뮤지컬 등 다른 형식으로 제작되어 역시 호응을 얻은 바 있으며, 2015년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는 국내에서도 1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아 작은 규모로 개봉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각색해 여러 개의 플랫폼으로 유통하고 소비시키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성공적 사례다. 원작의 반응이 좋았다고 해서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심야식당’ 시리즈의 매력에 더욱 관심이 간다.


日 아베 야로의 베스트셀러 同名 만화 원작
사람들의 이야기가 음식과 어우러지는 재미
드라마·뮤지컬 등 제작돼 꾸준한 인기 시리즈



‘심야식당’은 얼굴에 커다란 상처가 있는 중년의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가 혼자 운영하는 작은 음식점이다.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영업하고, 고정 메뉴도 두어 가지밖에 없지만 단골손님이 꽤 많다. 영화 ‘심야식당’ 시리즈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겪는 사건과 그에 대한 다른 손님들의 대화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주며, 각 에피소드에는 마스터가 선보이는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다. 말이 별로 없는 마스터는 정성이 느껴지는 요리를 통해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일반인들의 활동 시간이 아닌 심야에만 여는 식당이라는 콘셉트, 고정 메뉴에 의지하지 않고 마스터가 할 수 있는 요리는 가능한 만들어 준다는 점도 독특하지만 정작 이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의 원천은 ‘ㄷ’자 바 형태로 된 테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혼밥, 혼술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얼핏 심야식당의 테이블 세팅 또한 혼자 오는 손님을 고려하고 배려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칸막이가 없는 개방적인 구조 때문에 이 작은 식당에서는 다른 손님과의 만남이나 대화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식당 공간과 분위기는 에피소드별로 주요 인물이 달라지는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안쪽으로 자리 잡은 주방과 마스터를 중심으로 손님들이 세 방향에서 들락거리며 수다를 떠는 사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쉽게 허물어진다. 한 개인의 크고 작은 경험이 얼굴을 맞대고 앉은 공동체의 화제가 되어 품평을 당하기도 하고 제3자의 이야기가 민담처럼 구전되어 퍼지기도 하는 과정에서 SNS 시대에 느끼기 어려운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심야식당 2’에는 상복을 입고 외출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노리코’(가와이 아오바)와 근처에서 국수 가게를 하는 ‘세이코’(기무라 미도리코) 모자(母子),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도쿄까지 오게 된 ‘유키코’ 할머니(와타나베 미사코)의 사연이 소개된다. 다른 나라, 남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어느 지점에선가 나와 많이 닮아 있는 인물들이 종종 친근하고 안쓰럽게 다가온다. 답답하고 당황스러운 이야기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영화의 화법에서는 인생의 부박함을 다 아는 듯한 여유가 느껴진다. 감초처럼 남의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단골들의 발랄함 속에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마스터 캐릭터가 묵직하게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별다른 양념 없이 담백한 맛으로도 혀 끝에 오래 남는 ‘마밥’(심야식당 메뉴 중 하나) 같은 영화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미이라
5천년 前 공주의 악마적 부활


20170609

중동에 파병된 군인 ‘닉’(톰 크루즈)은 ‘베일’ 상병(제이크 존슨)과 함께 숨은 보물을 찾아 암시장에 내다파는 일을 해왔다. 고고학 박사인 ‘제니’(애나벨 윌리스)로부터 보물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훔쳐 나름의 작전을 수행하던 중, 닉과 베일은 엄청난 규모의 유적지를 발견한다. 고대에 감옥이었던 그 곳에서 닉 일행은 정체불명의 미라가 담겨 있는 관을 꺼내 비행기에 싣고 돌아가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면서 닉은 추락하고 만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닉은 제니를 도와 부활한 악녀,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를 처치하기 위해 사투를 시작한다.


유니버설 픽처스 기획 ‘다크 유니버스’ 첫 작품
톰 크루즈·소피아 부텔라·러셀 크로우 주연
블록버스터다운 압도적 스케일과 액션 눈길



미라만큼 오랫동안 영화에서 망설임 없이 소비해온 소재도 드물다. 그만큼 미라의 배경, 의미, 이미지 모두 흥미진진하다. 내세를 믿었던 고대인들이 영혼이 부활하는 날을 기다리며 만들었던 미라는 불멸의 염원을 담았다는 차원에서 신비스럽고 신성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은 자가 살아나는 것’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 공포는 대개 미라에서 깨어나는 존재가 ‘악(령)’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5천년 전, 탐욕스러웠던 아마네트는 파라오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죽음의 신과 손잡고 가족들을 살해했다가 그 벌로 관 속에 매장된 공주다. 다시 생명을 찾은 그녀가 기대는 것도 절대악일 수밖에 없다. 그 희생물로 지정된 닉이 자신의 의지를 조종하려는 아마네트와 선한 본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비록 부패한 군인이었지만 이타적 희생을 감내할 줄도 아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영화의 주제 및 결말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 ‘헨리’(러셀 크로우)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오가며 내면의 악을 다루기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게 한다. 이처럼 ‘미이라’에서 ‘악’이 점령하고 있는, 그리고 점령하려는 거대한 세계는 사실 ‘미이라’의 제작사인 유니버설 픽처스가 기획한 ‘다크 유니버스’ 프로젝트에 포함된 것이다.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미이라’를 필두로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등이 이 프로젝트에 합류할 예정이다.

블록버스터로서의 미덕인 압도적 스케일, 액션의 짜릿함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강한 흡입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좀비물과의 혼합이 스스로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으며, 아마네트를 제외하면 주요 인물들의 전사(前史)도 미흡한 데다 베일 캐릭터는 들쑥날쑥하고 제니 캐릭터는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후속편에서는 이런 답답함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르: 판타지, 액션,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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