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우려되는 시민·직능단체의 정치 편향성

  • 조정래
  • |
  • 입력 2017-06-09   |  발행일 2017-06-09 제23면   |  수정 2017-06-09
[조정래 칼럼] 우려되는 시민·직능단체의 정치 편향성

구미참여연대는 구미시의 새마을과 폐지를 요구했다. ‘박정희도시 탈피를 위한 제안’이라는 성명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조직의 개폐 문제와 인사에 걸친 공무원 고유의 직제와 사무 등 침해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심지어 새마을운동을 ‘박정희 개발 독재의 유물’로 규정한 것은 섣부른 평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가 정부의 행정에 나름 훈수를 둘 수 있다. 그러나 그 간여가 정권의 부침에 따라 달라지고 정치적 치우침을 보인다면 시민단체의 활동 영역을 넘은 월권행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천안함 침몰을 ‘미제(未濟) 사건’으로 규정하고, 북한과 함께 이를 재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제출한 ‘문재인정부와 국회가 추진해야 할 9대 분야 90개 입법 정책 개혁과제’ 제안서를 통해서였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지난달 대법원이 3년형을 확정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에 대해 사면을 요구했고, 전교조는 1·2심 법원에서 나온 ‘법외노조’ 판결의 철회만이 ‘교육 적폐 청산의 시작’이란 광고를 내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노조를 포함해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주장이 잇따르면서 그 수위가 정책제안 수준을 넘어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무리수라는 비판도 줄을 잇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들이 문재인정부에 촛불 청구서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 단체의 집단 주장은 법과 상식을 뛰어넘은 국정 간여나 간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의 인기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허니문’ 시기, 일각에서는 벌써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우려가 삐져 나온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촛불민심을 업은 문재인 대통령은 태극기 민심까지 포용해야 하는 터에, 특정 집단이 특정 이익을 위해 촛불민심을 전유하려는 건 문재인정부를 망치는 이적행위다. 그게 바로 하나의 적폐다.

새마을운동은 박정희정부 시절 탄생했지만 국민의정부·참여정부까지 거치면서 계승·발전돼 온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최근에는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 빈곤국가에 수출돼 한류와 함께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UN에서도 전승 가치를 인정받으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새마을운동이 정작 그 발상지에서 폄훼된다면 지금껏 그 운동을 통해 쌓아올린 우리의 이미지와 국격은 어떻게 되나. 물론 새마을운동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시공(時空)과 주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구미가 박정희도시라서 오명을 덮어쓴다는 논리는 심각한 오류이거나 진영논리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이 좋다하는데, 우리만 자기 비하에 빠지니, 이런 외눈박이 우물 안 개구리도 찾기 어렵다.

우리 시민단체(NGO)는 의미하는 바 비정부기구임에도 친정부와 반정부 진영으로 고착화를 더해 왔다. 정부·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민단체는 정부지원금도 받지 않아야 하는 ‘NPO’로 존재해야 마땅하다. 박근혜정부에서 문제가 된 블랙리스트 파문 역시 정부보조금 확보 싸움에서 발생된 사건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친정부 관변·시민단체들이 공기업들에 당당하게 기부금을 요구해 왔다. 이것 역시 공기업 감사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적폐의 하나다. 시민단체가 시민을 앞세워 권력단체로 변질된다면 언젠가 비선으로 암약하며, 또 다른 게이트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국정기획과 집행에 시민의 참여는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하다. 시민단체가 비판과 견제, 감시와 감독이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적·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더욱이 시민의 지지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편향성과 과도한 이념 매몰 등은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 원래의 설립목적, 초심을 잃어가는 전교조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비판을 수렴·수용하고 자립하지 않으면 ‘시민 없는 시민단체’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또한 시민단체들과 등을 졌던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들의 지나친 발호를 경계해야 후회를 남기지 않을 터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