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戰馬(전마) ‘아침해’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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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6   |  발행일 2017-06-06 제27면   |  수정 2017-06-06
[CEO 칼럼] 戰馬(전마) ‘아침해’를 추모하며
[CEO 칼럼] 戰馬(전마) ‘아침해’를 추모하며
미해병대박물관에 전시된 ‘아침해’ 동상.

어느덧 올해로 6·25전쟁 발발 67년을 맞는다. 해마다 이쯤이면 우리는 전쟁 중에 초개처럼 쓰러져간 수많은 숭고한 희생을 추도한다. 그 희생 중 기억해주는 이 하나 없이 쓰러져간 전마들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원전부터 말은 인류 전쟁사에 중요한 요소였다. 말이 용이하게 원거리 이동과 뛰어난 전투기술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17세기, 힉소스는 전차를 타고 이집트를 침략했고, 힉소스를 축출한 이집트는 말과 전차로 무장하여 서남아시아로 진출한다. 이집트를 필두로 한 본격적인 제국주의 시대는 이렇게 서막을 열었고, 동양의 한(漢) 무제(武帝)는 서역의 ‘한혈마(汗血馬)’를 탐하여 대완국(大宛國) 정벌에 나선 바 있다.

동력기관의 발명에도 불구, 기마대는 20세기 전반까지 존속되었다. 항일독립투쟁 당시 독립군 내에서도 기병대 역할이 컸다.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철기 이범석 장군이 만주에서 독립군 기병대 교관이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6·25전쟁 당시 명성을 떨친 ‘아침해’(생년 미상~1968)라는 말이 있다. 서울 신설동 경마장 경주마였던 암말 ‘아침해’는 미 해병대에 차출되어 탄약과 포탄을 나르는 임무에 투입됐다.

군인들도 도망가곤 하는 전장에서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해냈기에 같은 부대원들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의미의 ‘레클리스(Reckless)’라는 새 이름도 붙여주었다.

특히 그녀는 1953년 3월26일부터 닷새간 중공군과 맞붙은 일명 ‘네바다 전투(연천전투)’에서 보급기지와 최전방고지를 386회나 왕복하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산에서 부상자를 하산시키고, 포탄을 날랐으며, 눈과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임무를 완수했다. 종전 후, 미군은 이 전마를 미국으로 이송해 훈장을 수여하고 하사로 진급시켰으며 성대하게 퇴역식까지 열어주며 그 공을 기렸다.

태생적으로 겁이 많아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는 ‘말’이 전장에서 인간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한 것을 보면 그 용맹함이 경이롭기만 하다. 주인을 위해서 죽음까지 무릅쓰는 말의 특성 때문에 예부터 ‘견마지성(犬馬之誠)’이라는 말로 높은 충성심을 빗대어 표현하였나 싶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말은 이처럼 전장의 전우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그 공을 기려 알렉산더 대왕은 그의 애마 ‘부케팔로스’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했고, 미국은 해병대 본부에 전마 ‘레클리스’를 위한 기념관과 동상을 세운 바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2014년 6월 한국마사회도 우리나라의 말 문화를 빛낸 위대한 영웅으로 ‘아침해’를 선정했고, 그녀의 무용담은 책과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우리 곁에 스며들고 있다.

아름다운 6월의 아침, 오늘의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는 ‘아침해’를 비롯해 전쟁터에서 쓰러져간 수많은 마필의 희생도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추모의 마음을 전해본다. 이양호 (한국마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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