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게나디 골로프킨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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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6   |  발행일 2017-06-06 제26면   |  수정 2017-06-06
20170606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프로 복싱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꼭 챙겨보는 경기는 바로 미들급을 천하통일한 ‘게나디 골로프킨’ 시합이다. 메이웨더가 2015년 9월 프로 복싱 역대 최다 무패 타이기록(49전 전승)을 세우고 링을 떠난 뒤 프로 복싱계는 골로프킨의 천하가 됐다. 37전 37승(33KO) 전승 행진을 이어가는 그는 고려인 어머니와 러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마추어에서 다져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여지없이 침몰시킨다. 지난 3월20일 암을 극복하고 링에 오른 극강의 도전자를 한 번의 다운 끝에 심판전원일치의 판정승을 거뒀다. 피가 섞여서 그런지 기자도 골로프킨의 팬이 됐다.

대선패배 후 집안싸움에다
자청한 세비반납 약속도 깨
지지층 기대 저버린 한국당
국민 눈높이 리더십 급선무
“골로프킨의 복싱경기 보라”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8일이 지났다. 벌써 몇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 만큼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가 주변에서 매우 호의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주 금요일에 발표된 갤럽여론조사에서 84%가 ‘잘한다’고 했다. 역대 최고의 수치, 호남에서의 지지도는 90%대를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재수에다 노무현 정권을 몸소 체험했으니 오죽하겠는가. 복싱스타 골로프킨이 대한민국 정치판에 들어와 난마를 하나하나 푸는 것 같다는 후한 평가를 내릴 법도 하다.

공수교대를 한 이른바 보수진영은 ‘지리멸렬’이다. 홍준표 전 후보는 24%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현재 자유한국당의 전국 지지율은 8%로 추락했다. 대구·경북에선 바른정당에도 뒤진다. 물론 문 대통령이 4년 동안 준비를 잘해서 정권을 잡은 측면도 있지만, 아예 게임을 포기하다시피 한 보수 측의 무능도 큰 도움이 됐다. 한마디로 지난 대통령선거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허허허, 추석이 지나도 받겠습니다”란 녹취록 때문에 승부가 결정됐다.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간 것이다.

이런 자유한국당은 자숙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낮술’이니 ‘바퀴벌레’니 하면서 집안싸움을 하더니 급기야 “육모방망이로 뒤통수를 어떻게 하겠다”는 말까지 해댔다. 24%나 표를 줬던 지지층은 물론, 온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청년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겠다고 마련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오히려 비판하는 청년들을 훈계했다고 하니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웰빙정당에만 안주하다 보니 쓴소리가 듣기 싫은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비반납건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시쳇말로 누가 약속을 하라고 했나. 스스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못 지켰으면 1년 치 세비를 반납하고 고개를 숙이면 되는데 변명과 꼼수로 일관하고 있으니. 보수지지층의 마지막 기대조차 스스로 걷어찼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외엔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틀렸다. 정치인은 이제 ‘잊힐 권리’조차 없는 그야말로 투명한 어항 속의 금붕어와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다.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금의환향(?)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인터넷을 치면 다 나온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두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도 아직도 꿈속이니.

최근 들어 대구·경북 정가와 공직사회에선 때아닌 의전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야장천 지역구를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격세지감이다. 거물급 국회의원들이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으로 대거 출마하리란 얘기도 솔솔 나온다. 큰 가뭄에 웅덩이 물이 마르니 물고기들이 오글오글 모여 혼자만 살려고 영역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도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보수정치인들의 당면과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리더십을 하루빨리 갖추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골로프킨의 경기 녹화 비디오를 보길 권한다. 한결같은 스텝과 대포 같은 주먹, 상대 펀치를 허용하지 않는 회피 능력에다 강한 맷집을 갖고 있다. 시합 내내 상대를 도발하지도 않고 경기 후 패자에게 다가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왜 ‘골로프킨 골로프킨’ 하는지 알 것이다. 골로프킨과 같은 자세만 견지하면 광팬이 생기고 집 나간 민심도 되돌아온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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