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독수리 2형제, 김부겸과 김영춘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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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5   |  발행일 2017-06-05 제30면   |  수정 2017-06-05
지역주의 극복의 아이콘
새정부의 장관으로 지명
賞이자 새로운 임무부여
균형발전·지방분권 위해
용감하게 저항 물리쳐야
[송국건정치칼럼] 독수리 2형제, 김부겸과 김영춘

‘독수리 5형제’. 일본에서 만든 공상 과학 애니메이션이다. 5명의 소년·소녀 특공대가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의 세력을 용감하게 물리치는 내용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 안방극장에서도 어린이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노무현정부 초기이던 2003년 우리 정치권에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사람들이 있었다. 김부겸·김영춘·이부영·이우재·안영근이다. 모두 재야 운동권 출신으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다. 당시 집권세력을 중심으로 개혁성향 의원들이 지역주의 타파와 전국정당화를 목표로 열린우리당 창당을 추진했다. 5명은 그 취지에 공감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합류했다. 보수 일부에선 이를 비판했지만 그들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아는 사람들은 대의명분과 소신을 높게 평가했다. ‘철새’가 아닌 ‘독수리’라고 한 건 지역주의 세력을 물리칠 거란 기대가 담겨 있었다.

이후 대구 출신 김부겸, 부산 출신 김영춘은 진정성을 몸으로 실천했다. 김부겸은 경기도 군포에서 내리 당선돼 3선의 중진 반열에 올랐지만 험난한 도전 길에 새롭게 나섰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안방’ 군포를 떠나 진보정당 불모지인 대구 수성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40.4% 득표로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도 출마해 40.3%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김부겸은 대구를 떠나지 않고 2016년 총선에 또 출마해 결국 새누리당의 거물 김문수 후보를 꺾었다. 김영춘도 재선을 한 지역구는 수도권(서울 광진구갑)이었다. 그러나 18대 총선 때는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 실패에 책임을 지겠다며 출마를 하지 않았다. 19대 총선에선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진구갑에 도전장을 냈으나 떨어졌다. 이후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실패(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단일화로 하차)하고, 20대 총선 때 결국 부산진구갑에서 당선된 이력도 김부겸과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30일 김부겸·김영춘 의원을 각각 행정자치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에 지명했다. 청와대는 두 사람에 대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때로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개혁과 지역주의 타파, 그리고 국민통합에 헌신해왔다”고 평가했다. 독수리 5형제 중 2형제의 헌신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는 두 사람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상(賞)인 동시에 새로운 임무 부여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정식 취임하게 될 김부겸의 어깨는 또 무거워졌다. 행정자치부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지방자치제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재정·세제 지원, 낙후지역 등 지원, 지방자치단체 간 분쟁조정 사무를 관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장관’으로선 이제부터 행정권을 쥐고 역대 정부마다 되풀이되던 지역 편중지원을 근본적으로 시정하는 틀을 만들어야 하는 큰일이 생겼다.

아울러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김부겸 장관’이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다. 문재인정부의 뿌리인 노무현정부는 ‘지방화’를 기치로 내세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비수도권 각 시·도에 혁신도시를 만들고, 수도권규제를 통한 지방경제 활성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수도권 규제는 대폭 완화되고 그만큼 지방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완성해야 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김부겸 후보자를 새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지방분권·균형발전·국민통합 목표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부겸도 취임 일성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제도화한 장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저항이 많겠지만 용감하게 물리치고 위기에 처한 지방경제를 구하는 독수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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