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새 정부 신조어

  • 박규완
  • |
  • 입력 2017-06-01   |  발행일 2017-06-01 제31면   |  수정 2017-06-01

신조어(新造語)는 글자 그대로 새로 만들어진 말을 뜻한다. 신어 또는 순우리말로 ‘새말’이라고도 한다. 수많은 신조어가 생성되고 명멸하지만 소위 히트작은 관용어가 되고 오래도록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강추(강력추천), 자뻑(자아도취) 같은 신조어는 이미 고전이 됐는데도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는 생명력을 과시한다. 개취(개인취향), 갓수(God+백수)에서 보듯 신조어가 대개 축약어 또는 합성어라는 점도 이채롭다. 갓수는 부자 부모로부터 용돈을 풍족하게 받는 ‘금수저 백수’를 의미한다.

신조어는 시대 조류에도 민감하다. 취업난이 확산될 땐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따위의 새말이 유행하더니만, 요즘은 새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신조어가 득세하는 형국이다. 푸른색 줄무늬 넥타이, 감색 양복을 즐겨 입는 문 대통령의 패션은 ‘이니 블루’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이니는 문 대통령 이름 끝자를 애칭처럼 부르는 말이다. 문템(문재인 아이템)도 신어다. 문 대통령이 당선 후 기자들과 산행할 때 입었던 오렌지색 등산복을 비롯해 그가 늘 착용하는 안경·구두 등이 문템에 속한다.

외신에서 먼저 사용한 달빛정책(Moonshine Policy)은 문 대통령의 성씨와 햇볕정책의 합성어다. 대화를 강조하지만 급진적이지 않은 문 대통령의 대북관을 은은한 달빛에 비유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훈훈한 외모는 ‘외모패권주의’ ‘꽃보다 청와대’라는 새말을 낳기도 했다.

대선 때도 신조어가 탄생했다. 여론조사 2위 후보와 3위 후보가 각축을 벌일 때 등장한 용어가 바로 실버크로스다. 골든크로스는 주식 용어로 단기 주가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주가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대개 주가 상승의 신호로 해석한다. 실버크로스는 3위가 2위를 치고 올라가는 현상을 극적으로 묘사한 콩글리시다. 골든크로스에서 파생된 용어이긴 하나 창의력(?)만큼은 평가해 줄 만하다. ‘전경련 패싱’도 새 정부 들어 회자되는 신어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깊숙이 간여한 전경련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논의 과정에서 왕따 당하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신조어 속에 녹아든 정치적 사조(思潮)가 예사롭지 않다.

박규완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