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천국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Ⅱ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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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31   |  발행일 2017-05-31 제30면   |  수정 2017-05-31
두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대한민국 새로운 도약 기회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국민 100%가 행복한 나라 하나씩 천천히 만들어주길
[동대구로에서] 천국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 Ⅱ

“노무현의 좌절 이후 우리 사회, 특히 우리의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습니다.”

지난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 중 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말을 들으면서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은 2009년 6월 한 신문에 실린 ‘천국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떠올랐다. 노 전 대통령이 하늘나라에서 두 번째 유언처럼 당부의 글을 쓴다면 자신이 부족했고 수신제가(修身齊家)도 제대로 못 해 나라와 국민들에게 번듯하게 남겨 드린 것도 없는데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부디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한다면 천국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끝을 맺는다. 노 전 대통령이 천국에 가 보니 자신이 모두 잘못을 했고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 이 칼럼의 핵심이다.

당시 한 언론은 이 칼럼에 대해 ‘보수 세력이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무능한 노무현이 되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어떤 대통령보다 서민들을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일했던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3년 뒤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공교롭게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는 말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야, 기분 좋다’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식을 마치고 김해 봉하마을에 오던 날 연설 말미에 “정말 마음 놓고 한마디 하고자 한다”면서 외친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친구 문재인이 자신의 무덤을 찾은 것이 기뻐서 기분 좋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죽음 이후 지난 8년이란 세월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트인다는 느낌이랄까, 노 전 대통령이 아니어서 뭐라고 똑 부러지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거꾸로 돌아가던 대한민국의 시계가 이제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시 유언장을 쓴다면 이랬을 것 같다. ‘저승에 와서 8년을 지내다 보니 모두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는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가슴이 더 답답했다. 대한민국이라는 희망찬 나라가 잘못 뽑은 선장 한 명으로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잘못된 선장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이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으니 부디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을 것 같다.

‘친구 문재인, 그래서 자네의 역할이 너무나 크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바꾸려고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으면 하네. 모든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으니 하나하나 천천히 모든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게나. 자네는 41%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100%의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100%의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은 하게. 자네를 지지하지 않은 59%의 대한민국 국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를 꼭 만들어 주게나. 자네는 할 수 있을 걸세.’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마음만 있다면 그 어깨는 아주 가벼워질 수 있다. 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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