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세상을 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눈

  • 김진욱
  • |
  • 입력 2017-05-29   |  발행일 2017-05-29 제31면   |  수정 2017-05-29
[월요칼럼] 세상을 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눈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2002년 겨울, 제16대 대통령선거가 치열할 때였다. 당시 정치부 기자였던 필자에게 한나라당 소속 대구 국회의원이 했던 말은 지금도 기억난다. 요지는 이랬다. “한나라당 대선(大選) 신문광고가 민주당 광고 같아 깜짝 놀랐다. 충청지역에 행정수도를 만들면, 서울의 집값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을 비판하려는 의도였다. 집 없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집값 떨어지는 게 좋은 일인데, 한나라당의 눈은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부유층에 맞춰져 있었다. 또 서울 중심적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그 광고는 한 번 실리고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 특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면 생각나는 말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면, 같은 현상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인식의 차이가 생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중요한 이유다. 공직자가 세상을 보는 눈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직자에게 세상을 보는 눈은 정책을 보는 시각이다. 공직자의 시각은 대통령의 눈에 따라 달라진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일이 정권교체 후 벌어지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공직자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 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지난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정책을 보는 여러분의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라는 말이 국정기획위원 입에서 나왔다고 한다. 문재인정부의 국정 과제, 즉 문재인 대통령이 세상을 보는 눈에 맞춰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하라는 주문이다.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눈과 관련해 내가 기대를 거는 것은 지방분권이다. 지방분권은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화두였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말로는 지역균형발전을 이야기했지만, 지방분권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론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문 대통령이 세상을 보는 눈은 수도권 중심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지역균형발전에 맞춰져 있을 것이다. 공직자의 마인드도 이에 맞춰져야 한다.

대구혁신도시, 김천의 경북혁신도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결과물이다. 주말이면 이곳 근무자들이 서울로 올라가, 주말에는 유령도시가 된다는 말도 있다. 유령도시란 말의 이면(裏面)에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깔려 있다. 주 중에 홀로 지방에 근무하다 주말마다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눈엔 실패한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 시각에서 보면, 혁신도시는 아직 가꿔가야 할 진행형이다. 문재인정부 하에서는 혁신도시 조성이 이전 정부보단 훨씬 탄력을 받도록 추진해야 한다.

대구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11개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김천에도 한국도로공사를 위시한 12개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들 공기업과 유관기관들만 지역사회 속에 안착해도 혁신도시는 해당 지역발전의 큰 축이 된다.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문재인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전국 각 지방에서는 혁신도시 외에도 많은 대규모 개발사업지가 있다. 대구만 해도 대구국가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수성알파시티(수성의료지구)가 조성 중에 있다. 세상을 보는 우리 사회의 눈이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균형발전적으로 바뀌면, 이들 사업지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로 메워질 수 있다. 이들 대규모 사업지만 제대로 조성돼도 대구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전반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지역민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진다. 5년 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을 때, 지방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눈은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았다’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 평가를 받을 변화가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이뤄져야 한다. 지금부터 5년이 중요하다.김진욱 고객지원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