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미완의 과제 혹은 최우선 국정과제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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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6   |  발행일 2017-05-26 제23면   |  수정 2017-05-26
[조정래 칼럼] 미완의 과제 혹은 최우선 국정과제
논설실장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이같이 말했다. 국회에도 개헌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면서.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를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파격적이고, 너무 앞서 나갔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우선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즉흥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 오랫동안 곰삭히고 준비된 멘트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헌법전문은 국가의 지도이념과 가치체계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5·18 정신 반영의 성사 여부와는 무관하게 묵직한 힘과 울림이 남고도 남는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외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에 맞춰 자작한 추모시 ‘운명’의 일부다. 그는 지난 23일 봉하마을 묘역에서 진행된 추도식에서, 이에 앞선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추모제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에서 이를 낭독해 많은 눈물을 자아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참석이라고 고하면서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다시 찾겠다고 다짐했다. 좌절된 ‘노무현의 꿈’을 다시 일구고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한 것이다.

이 두 행사가 주는 메시지는 각기 5·18 정신과 노무현 정신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그 정신들의 계승·발전을 다짐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방침에 대해 깜짝 놀란 것은 전격 발표에 당혹했을 뿐 가타부타 논란을 벌이거나 딴죽을 걸 의도는 아니다. 어차피 그 당위성과 합목적성은 학자와 위정자들의 몫이고, 5·18은 40년에 가까운 성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감한 문제여서 찬반 논란 역시 조심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5·18 정신과 헌법 체계 간의 논리적 부합성 등 미시적 엄밀성은 무식의 용감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지방사람, 지방기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노무현정부의 시대정신이었던 탈권위주의와 지방분권, 균형발전의 가치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그 어떠한 가치에 의한 침윤과 희석도 용납할 수 없다. 지방분권은 문재인정부에서 최우선의 국정과제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노무현정부에서 다하지 못한 미완의 과제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5·18보다는 지방분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선후(先後)를 매기고 싶다. 서로 다른 독립적인 가치의 경중을 재는 관행과 행태가 이분법적이고 흑백논리에 가깝다는 비판과 몰매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그러하다. 그만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더 이상 놓쳐서는 안되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는 말이다.

지방분권 관철은 개헌을 통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지방분권 개헌의 여건과 시기도 무르익었다. 문재인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22일 출범 이후 첫 회의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한 것도 고무적이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 설치된 지방분권분과는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한 지방분권 개헌 합의안을 마련해 개헌특위 1소위원회에 제출했다. 여기엔 지방자치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획기적인 내용들을 담았다.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청신호가 켜졌고, 지방분권 개헌의 적기를 맞았다.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작금의 개헌논의가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권력의 분산, 즉 분권에 치중하다 보니 지방분권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지방분권’보다는 중앙권력이 어떻게 권력을 분점하느냐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의 경우 헌법에 단 두 조항만 있을 뿐 나머지는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속속들이 법령의 규제를 받는 자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지방분권 개헌’이 절실한 이유는 이렇듯 명백하다.

정답은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조항을 헌법 제1조 3항에 신설·명시하는 일이다. 국회 개헌특위에 제출된 개헌안은 지방분권이 법률사항이 아니라 헌법사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은 최소한 새 정부의 핵심과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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