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잡초·부서진 비 가림막…낙동강 생태공원 흉물되나

  • 입력 2017-05-25 10:21  |  수정 2017-05-25 10:21  |  발행일 2017-05-25 제1면
돈 들여 길 만들고는 곧바로 폐쇄…예산 낭비 전형

 "이게 무슨 공원입니까. 잡초밭이지." 지난 24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원리 일원에 있는 낙동강 둔치 생태공원을 지나가던 한 주민은 혀를 끌끌 찼다.


 이 공원은 이명박 정부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추진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었다.


 당시 많은 둔치가 생태공원이나 체육공원으로 탈바꿈했지만, 5년여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방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생태공원은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곳곳에 잡초가 우거졌다.


 작은 개천에 놓은 다리 앞에는 누군가 흙을 쌓아 다닐 수 없도록 해놓았다.


 공원 안을 여기저기 다니려고 해도 곳곳에 설치한 쇠사슬이 출입을 막았다.
 햇볕에 퇴색한 안내 간판은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구미보 인근에 만든 도로는 예산 낭비 전형이다.
 국도 25호선에서 구미보 동편 아래 둔치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길은 곧바로 폐쇄됐다.


 시공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도로에는 통행금지를 알리는 안내판, 플라스틱 구조물, 각종 쓰레기만 남아 있다.


 이곳보다 하류에 있는 칠곡군 석적읍 남율리 낙동강 생태공원도 잡초밭으로 변한 지 오래다.
 사람 키만 한 풀이 우거졌고 벽돌을 깐 보도에는 풀이 촘촘하게 났다.
 비나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비 가림막은 일부가 부서져 있었다.


 이곳 안내판 역시 글자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관리의 손이 미치지 못해 차츰 흉물로 변해 가는 생태공원이 곳곳에 있다.
 구미보를 찾은 서윤정(40·여)씨는 "강 주변을 정비해서 처음에는 깔끔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엉망인 곳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캠핑장이나 체육공원은 찾는 사람이 있고 꾸준하게 관리한 덕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칠곡보 오토캠핑장 곳곳에는 야영객이 친 텐트가 눈에 띄었다. 인근 체육공원에서는 여러 명이 풀을 뽑으며 축구장 잔디를 깔끔하게 관리했다.


 최근 칠곡보 캠핑장을 방문한 황모(44)씨는 "대구에서 가깝고 시설도 깔끔한 데다가 주변에 칠곡보나 호국평화기념관 등 둘러볼 곳도 많아 괜찮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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