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가족이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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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5   |  발행일 2017-05-25 제31면   |  수정 2017-05-25
[영남타워] 가족이란?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인터넷에서 가족, 즉 Family의 어원을 설명한 글을 본 적이 있다. Family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합성해서 만든 것이란 설명이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가족의 의미를 잘 설명한 의미있는 해석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식구는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절, 음식은 아주 귀했을 것이다. 이런 소중한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바로 가족이다. 피를 나눈 사람들끼리 아주 소중한 음식을 나눠먹는 시간은 어떠했을까.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족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공동체인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급기야 1인 가구인 ‘혼족’이 급증하고 있다. 예전에는 성인이 되더라도 결혼하지 않으면 부모와 같이 사는 것이 당연시됐으나 요즘은 자녀가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면 독립해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혼족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기존 가족제도는 여러 명이 함께 살다보니 공동체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부부 갈등 시 자식이 조정자나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가족의 마음이 잘 안맞을 경우 화합에 어려움이 있고 혼자만의 시간이 적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자제해야 하는 부분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점점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우리 풍토에서 가족이 한 집에서 산다는 것, 특히 성년이 되어 경제력까지 가진 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점점 보기 힘든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나 스스로도 이런 변화를 당연하다고 인정하며 결혼하지 않더라도 부모에게서 자립한 이들을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이라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아이들이 대학 진학, 입대 등으로 잇따라 가정을 떠나면서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물론 가족이 한 집에서만 살 이유는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따로 떨어져 살 수도 있다.

주변 분들이 자녀를 출가시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떠나보내고 난 뒤 좁은 집으로 옮기는 것을 봤다. 텅 빈 집에서, 그것도 넓은 집에서 부부 단 둘이 사는 이들이 느끼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사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 품에서 하루 빨리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최대 목표라 여기고 이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돌봐줄 아이들이 없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결혼하기 전처럼 모두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떠나보내고 나니 내 예상과는 달랐다. 함께하는 시간과 가족이란 것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덧붙여 “나의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이기적인 사랑, 즉 머리로 하는 사랑에서 벗어나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진정한 사랑, 다시 말해 가슴으로 하는 사랑은 실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가슴으로 하는 사랑의 시발점이 어디일까. 범인(凡人)의 경우 아마 가족 간의 사랑일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한다. 이런 면에서 작지만 위대한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가족의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고 기쁠 때 가장 먼저 가족을 찾는다. 오랜 시간 정을 나누며 쌓아온 사랑이 가족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가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신이 당신에게 준 선물이다. 당신 역시 그들에게는 마찬가지다.”

가정의 달, 이 의미를 한번쯤 다시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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