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싸움? 끈끈한 의리?…벤치클리어링의 양면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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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5   |  발행일 2017-05-25 제26면   |  수정 2017-05-25

지난 21일 삼성-한화전에서 벌어진 ‘벤치클리어링(Bench Clearing)’을 계기로 이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극도로 흥분한 양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대치한 것으로도 모자라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이로 인해 일부 선수는 출장정지 징계를 당하고 부상까지 입었다.

자연히 이번 사태를 지켜본 야구계와 팬들은 비판 일색의 반응을 내놓을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있어선 안될 일이다’와 ‘분위기 반전의 계기였다’ 등으로 평가는 양분됐다. 이를 벤치클리어링의 ‘암(暗)’과 ‘명(明)’이라고도 부른다.


발생해서는 안 될 사태
선수 육체·심리적 악영향 미쳐
미성년 시청자에 폭력성 노출


◆암(暗)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벤치클리어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프로야구 시즌인 3~11월은 거의 매일 프로야구 경기가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연령제한이 없어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시청한다. 선수들이 벌이는 몸싸움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만큼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논리다.

싸움의 당사자인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벤치클리어링으로 삼성 윤성환은 6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차례 등판을 거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마운드 자원이 부족한 삼성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삼성에서는 부상선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상대팀 한화는 치명상을 당했다. 외국인투수 비야누에바가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정신적 충격도 있다.

당시 몸싸움에 가담했던 페트릭은 출장정지를 면했지만, 징계가 발표된 지난 23일 kt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올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한 야구전문가는 “특히 투수가 벤치클리어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흥분한 상태로 마운드에 서면, 제구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라며 “페트릭도 등판 당일에 징계처분을 받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사사구를 5번이나 내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분위기 반전의 기폭제
팀 결속력 다지는 계기로 작용
일부 팬‘경기 대한 열정’인식

◆명(明)

“벤치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다. 이를 계기로 팀의 결속력이 다져질 수 있다고 본다.”

한화와의 벤치클리어링 사흘 뒤인 24일, kt전을 앞두고 김한수 감독이 꺼낸 말이다.

김 감독의 말처럼, 때로는 연패에 빠졌던 팀이 벤치클리어링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기도 한다. 팀 동료가 상대팀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했을 때, 동료들이 함께 달려나와 도와주는 과정에서 응집력이 생긴다.

실제로 지난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삼성 선수들은 남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의리(?)’를 뽐내고 있었다. 한 선수는 “주먹을 맞지 않고 절묘하게 피했다”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무용담처럼 쏟아냈고, 선배선수들은 이를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일부 팬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삼성은 KBO리그에서도 매너가 좋기로 소문난 팀이다. 삼성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을 보는 일도 드물었다. 때문에 일부 야구팬들은 “속 시원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 골수팬인 이승준씨(32·대구시 남구 대명동)는 “지난해에 부진했던 것도 화가 났지만, 패를 거듭할수록 풀이 죽어있는 모습이 더욱 싫었다”며 “항간에 떠돌았던 팀 내 불화설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잠잠해진 것 같다. 이번 벤치클리어링을 계기로 선수간의 동료애도 느낄 수 있고, 경기에 대한 열정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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