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책 마을

  • 백종현
  • |
  • 입력 2017-05-24   |  발행일 2017-05-24 제31면   |  수정 2017-05-30

영국의 중부 웨일스 지방에서 헌 책방으로 유명한 ‘헤이 온 와이’라는 마을이 있다면, 구미에는 ‘한 책 하나 구미운동’이 있다. ‘헤이’라는 마을 옆에 ‘와이’라는 강이 흐른다고 해서 ‘헤이 온 와이(Hay on Wye)’라는 이름을 갖게 된 시골 마을이다. 과거 헤이 온 와이는 영국의 석탄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쇠락한 보잘것없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이 마을은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청년 리처드 부스가 1962년 마을 소방서에 헌 책방을 연 것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마을이 됐다. 책 마을 전체 주민은 1천500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매매되는 헌 책은 100만부가 넘고,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이곳에서는 1988년부터 매년 5월에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이라는 문학축제가 열린다. 6월에는 재즈 페스티벌, 8월에는 국제 페스티벌, 9월에는 푸드 페스티벌도 열려 축제 기간에만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헤이 페스티벌’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인사들이 다녀갈 정도다. 우리는 ‘헤이 페스티벌’의 성공 비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처드 부스가 헤이 온 와이에서 헌 책방을 열면서 시작된 책마을의 신화와 구미시의 ‘한 책 하나 구미운동’은 성격이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교육도시를 꿈꾸는 구미시는 2007년부터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풀뿌리 독서운동인 ‘한 책 하나 구미운동’을 시작했다. 11년 만에 우리나라의 책 읽기 운동의 표본으로 떠오른 ‘한 책 하나 구미운동’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헤이 온 와이와 같은 책마을이나 ‘헤이 페스티벌’이 없다는 것이다. 구미지역 어느 곳이라도 괜찮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 책 하나 구미운동’의 또 다른 성공을 위해서는 책을 읽는 도서관에다 책을 파는 서점, 책을 만드는 출판사, 북 카페 등의 책마을 유토피아가 필요하다. 이곳에서는 책이 주제인 북 콘서트, 시낭송회, 전시회, 연극, 음악회도 열 수 있는 책 문화 복합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 구미시의 특수성과 지역 실정을 반영한 책마을 유토피아가 하루 빨리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