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대통령을 바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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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4   |  발행일 2017-05-24 제31면   |  수정 2017-05-24
[영남시론] 대통령을 바꾼다는 것
박상병 정치평론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딱 2주가 지났다. 그새 정권이 교체됐을 뿐인데 실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선 이전의 대한민국과 그 이후의 대한민국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자고나면 쏟아지는 각종 뉴스들은 새롭고 신선한 메뉴들로 가득하다. 한숨과 분노로 가득 찼던 이전의 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던 절망의 골이 깊었던 것일까. 이제야 작은 희망이 보이고 비로소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23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날이다. 김해 봉하마을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박근혜정부를 끝내고 말 그대로 ‘국민의 힘’으로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기쁨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어느 때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당당하게 섰을 것이다. 그리고 뒤집힌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충만했을 것이다.

때마침 23일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40년 지기라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서로 인사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다. 사태의 엄중함을 아는 것인지,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사태로 법정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싸늘한 모습은 우리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법적·정치적 단죄를 넘어 역사적으로도 한 시대를 끝내는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리더’란 무엇인가, 특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자리’는 어떤 것인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 또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눈으로 대통령을 본다면 그것은 결국 ‘반쪽’에 불과하다. 아니 온전한 것을 반쪽으로 본다면 그 자체가 ‘무지’에 다름 아닐 것이다. 거기엔 상식과 합리가 무너지고 온갖 편견과 왜곡이 판을 칠 것이다. 그리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치가 저급화되고 그 대가로 민생은 실종되고 동시에 그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정치적 적폐’들이 날개를 달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는 것은 그런 적폐들을 재규정하고 이를 청산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큰 축제에 다름 아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그래야 공동체가 진화할 수 있으며 역사의 궤적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정치보복’ 운운하며 발목을 잡을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리더를 뽑는다는 것, 특히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에 다름 아니다. 사실 불과 2주 정도 지났을 뿐이고 대통령 한 명 바꿨을 뿐인데 세상이 통째로 바뀌는 듯한 최근의 정세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것이 ‘정치의 힘’이다. 문재인정부를 지지하든 비판하든 그것은 다음의 문제다. 이런 변화와 개혁의 가치마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이는 안타까움을 넘어 비극이다. 무지와 편견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바람의 방향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려운 법이다.

지난 10여 년간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한 채 켜켜이 쌓인 적폐들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를 갈구한 국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검찰은 가장 먼저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세월호 참사를 능멸한 그들도 다시 적폐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의 4대강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무려 22조원을 쏟아 부은 국책사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뒤집힌 것을 바로잡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일련의 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계속 질주하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며 결정적으로는 어느 순간부터 큰 저항을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떨쳐버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가 남긴 ‘명언(?)’을 빌려보자. “더 밝은 미래로 달려가야 할 대한민국,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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