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고졸신화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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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3   |  발행일 2017-05-23 제31면   |  수정 2017-05-30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고졸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한다. 그는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2007년 부사장에 올랐고 2013년 사장(H&A사업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마침내 지난해 말 입사 40년 만에 부회장이자 CEO로 승진해 연 매출 5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1인자가 됐다. 국내 10대 기업 임직원 중 고졸 출신으로 부회장에 오른 인물은 그가 처음이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 기술을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해야 했던 1990년대 초부터 10여 년간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기술을 익혀 세탁기 박사로 불린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넷마블 게임즈 창업자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취업 대신 창업으로 회사를 일궈 3조원대 부자로 우뚝 섰다. 1968년 쪽방촌이 즐비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태어난 방 의장은 가정형편으로 고교 2학년 때 자퇴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몇 차례 시도한 사업에서 좌절도 겪었지만 2000년 지인들의 도움으로 자본금 1억원의 넷마블을 설립해 국내 1위 게임업체로 키웠다.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넷마블은 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3조3천억원에 달하고, 최대주주인 방 의장은 3조2천545억원대 주식부호로 등극했다.

지난 10일 닻을 올린 문재인정부의 각료 인선에서도 고졸신화, 유리천장 깨기 등 파격인사가 이어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다.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 상고 출신, 입법·행정고시 합격 등은 그의 이력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다. 8년간 야간대학을 다니고 훗날 미국 미시간대서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고졸신화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뿌리 깊은 학벌주의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정상에 선 이들의 스토리는 흙수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아직도 학벌중시 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이 69.8%에 달하고, 삼성전자 임원 998명 가운데 고졸임원은 2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고졸자도 능력만 있으면 정상에 설 수 있는 공정한 사회라야 희망이 있는 법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고 그 용이 다시 개천을 돌보는 역동적인 사회를 기대해 본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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