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북대병원장 선임 급하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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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3   |  발행일 2017-05-23 제30면   |  수정 2017-05-23
[취재수첩] 경북대병원장 선임 급하다
임호기자<사회부>

새 정부 출범 후 우려보다는 기대가 높다.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서민행보를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촛불의 염원이 헛된 것이 아니란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선 직전 정권이 보여준 ‘권위주의’와 ‘보신주의’가 여전한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는 최근 지역 의료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경북대병원장 공석사태.

공석(空席), 대구·경북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기억이 있다. 바로 경북대 총장의 장기 공백사태(2014년 9월~2016년 10월)다. 이 기간 경북대는 내부 혼란으로 수많은 사업과 R&D과제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다른 경쟁 대학에 빼앗겼다. 이를 반영하듯 경북대의 CWUR(세계대학랭킹센터) 세계대학 순위는 2015년 307위에서 2016년 337위로 하락했다.

다시 눈을 돌려 경북대병원을 보자.

지난 2월21일 경북대병원 이사회는 두 명의 차기 병원장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했고, 제37대 경북대병원장도 지난 4월15일 임기를 끝냈다. 하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는 4월부터 신임 경북대병원장 임명을 중단했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고 하자는 것. 지금은 한술 더 떠 새 정부의 신임 교육부 장관이 임명된 후 하자고 한다. 전형적인 ‘보신주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때문에 경북대병원은 국립대병원 10곳 가운데 유일한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북대병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대구·경북 500만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의 수장일 뿐이다.

경북대병원은 그 어떤 국립대병원보다 혁신과 개혁이 시급하다. 극심한 노사 갈등에 2014년 155억원(의료이익) 적자, 2015년 367억원의 적자를 냈다. 병원장 공백 기간 ‘퇴보’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병원 내 주요 보직 인사가 중단됐다. 현재의 직무대행이 인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겨우 1~2개월짜리 직무대행이 진료처장·기획처장 등 병원의 정책을 결정짓고, 발전 방안을 주도하는 주요 보직 교수를 임명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왓슨 포 온콜로지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 등 최첨단 의료기기 도입도 중단됐다. 외부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경북대병원의 발전에 꼭 필요한 각종 예산 신청을 위한 중앙부처 방문도 중단됐다. 최근 정호영 경북대병원장 직무대행조차 중앙부처를 찾아가려 했지만 “방문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담당 공무원이 못 오게 했다. 병원장도 아닌 직무대행이 왜 오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교육부 장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와 봐야 소용없다는 것.

경산 국립재활병원의 위탁경영을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중단됐다. 현안도 적지 않다. 비수도권 병원 중에선 유일하게 정부의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돼 난치성 혈관 질환 연구에 힘을 쏟아야 한다. 2018년 개원 예정인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동은 아직도 공정률 20%에 머물러 있다.

새 정부에 바란다. 경북대병원장 공석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공직자들이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업무처리를 해주기를 당부한다.
임호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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